영어버전 베이비 샤크 32위 올라
우리나라 동요로는 사상 첫 핫100
워킹맘 김지원(35)씨는 아이들이 칭얼대면 휴대폰으로 ‘상어가족’ 뮤직비디오를 튼다. “뚜 루루 뚜루”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반복되고,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속 귀여운 상어춤이 어우러지면서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놔서다. ‘상어가족’은 교육 스타트업 회사인 스마트스터디가 낸 동요. 뮤직비디오가 시작되면 김씨의 첫째 아이(4)는 방바닥에 몸을 비비며 상어 춤을 따라 추고, 두 살배기 둘째는 노래를 웅얼댄다. 미취학 아동을 둔 가정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씨는 “‘상어가족’은 투정 대는 아이들을 위한 만병통치약”이라며 웃었다.
‘상어가족 열기’는 미국에도 전파됐다. ‘상어가족’의 영어 버전인 ‘베이비 샤크(Baby Shark)’가 9일(현지시간) 유력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인기곡 주요 차트인 ‘핫100’에 32위로 진입했다. 한국 동요가 세계 각국의 최신 대중음악이 경합을 벌이는 이 차트 100위권에 오르기는 사상 처음이다. 2010년 이후 ‘핫100’에 이름을 올린 한국 가수는 싸이와 방탄소년단(BTS), 씨엘, 블랙핑크뿐이다.
‘베이비 샤크’는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음원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재생) 횟수가 2,080만번을 넘었다. ‘베이비 샤크’가 미국에 출시된 건 지난해 7월. 현지 부모와 아이들 입소문을 타고 6개월 뒤 빛을 본 것이다. 미국 온라인엔 ‘상어가족’ 율동을 따라 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Baby Shark Challenge’ 해시태그 물결이 일고 있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까지 동참했다. 가수 싸이의 ‘말춤’(노래 ‘강남스타일’ㆍ2012)처럼 크게 유행할 조짐이다.
‘상어가족’ 열풍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불고 있다. 곡이 나온 2015년 한국에서 시작된 ‘상어가족’의 인기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를 타고 동남아를 거쳐 미국과 영국까지 번졌다. ‘상어가족’은 지난 4일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6위에 올랐다. 2년 전 유튜브에 올라온 ‘베이비 샤크’ 댄스 동영상은 조회 수는 21억건을 넘어섰다. 이 동영상이 게시된 어린이 콘텐츠 브랜드 ‘핑크퐁’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는 1,420만명에 달한다. BTS가 속한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1,997만)가 부럽지 않을 수치다. 해외에서 한류를 이끄는 ‘동요계 BTS’인 셈이다.
‘상어가족’은 ‘너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로 세계의 청년을 보듬은 방탄소년단 노래처럼 어린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 쓰이기도 한다. ‘상어가족’을 제작한 스마트스터디의 윤승현 마케팅 매니저는 “미국에서 상담사가 자폐증 아이의 치료에 ‘상어가족’을 활용한다고 해 인상 깊었다”며 “노래의 박자가 심폐소생술을 할 때 가슴 압박 속도와 유사해 응급 처치 교육 때 이 노래를 틀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상어가족’은 동요의 글로벌화를 보여준다. 미국 구전 동요인 ‘베이비 샤크’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핑크퐁의 또 다른 동요 ‘자동차’도 글로벌화의 산물이다. 미국과 일본 버전이 다르다. 소방차 소리가 달라서다. 나라별로 다른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