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金 평양 도착 후 ‘방중 보도’]
金, 비핵화 협상 우려 표하자
習 “벗으로서 쌍방의 이익수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온 10일, 북한 매체는 북중 정상이 8~9일 이틀에 걸쳐 만나며 친선 관계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미 비핵화ㆍ평화체제 협상에 있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입장을 지지했음을 강조한 것을 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군을 얻은 북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해 첫 정치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을 중국 당ㆍ정부가 최고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하고, 최대의 성의를 다해 극진히 환대했다”고 보도했다. 9일 오후 3시 중국 베이징(北京)을 출발한 김 위원장이 다음날 새벽 평양에 도착했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도는 도착 이후 나온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두 정상이) 특히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ㆍ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했다”고 전하며 중국이 북한에 우호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북미관계 개선 및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과 우려를 표하자 시 주석은 “조선(북한)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이) 믿음직한 후방이며 견결한 동지, 벗으로서 쌍방의 근본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 정세안정을 위해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를 두고 ‘중국 배후론’에 맞서 ‘중국 역할론’을 북한이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확실한 우군을 얻었음을 과시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할 것이라는 점을 알렸으며, 북한은 중국에 힘을 실어주며 안전판을 확실히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중앙(CC)TV가 보도한 것처럼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유관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달라”고 촉구한 것은, 역으로 ‘합리적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대미 협상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그간 관영, 선전 매체를 통해 밝힌 입장을 고려하면 신뢰 구축을 위한 장치가 비핵화 조치에 우선해야 한다는 요구로 보인다.
대미 압박을 노려서가 아니라, 북미 협상을 추동하고자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은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미국을 자극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히려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카드(상응조치)가 부족해서 중국을 통해 보충하는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한이 지난해 채택한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더 큰 새로운 성과가 이룩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힌 만큼, 북중이 경제 분야 관련 모종의 합의를 이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당장 대북제재 완화가 어려운 상황임을 북한도 알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요구를 했을 가능성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비전에 대해서 논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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