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성폭력과 폭행 파문으로 드러난 한국 체육계의 악습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수습책을 내놨다. “스포츠계 성폭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체육회는 10일 이기흥 체육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조재범 전 코치의 폭력ㆍ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 용기를 내준 심석희 선수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이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정부와 체육회는 스포츠계 폭력ㆍ성폭력 방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시스템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면서 “특히 선수들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선수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는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체육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 인권 시스템을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해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먼저, 서울 태릉ㆍ충북 진천 등 선수촌 2곳에 특별 조사반을 파견, 선수촌 전 종목에 대해 현장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사건 발생지가 선수촌이었던 만큼, 선수촌 관리도 한층 강화한다. 선수촌 훈련장과 경기장에 CCTV 및 라커룸 비상벨을 설치해 사각지대와 우범지대를 최소화한다. 또 선수촌 내 여성 관리관과 인권상담사 등 여성 전문 인력을 증원, 여성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권 침해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예방한다.
또 스포츠 인권 전문가, 국민 감사관, 법률 전문가 등 외부인으로 구성된 별도의 조사팀을 꾸려 회원 종목단체 및 시ㆍ도체육회를 대상으로 △성폭력ㆍ폭력 △조직 사유화 △횡령ㆍ배임 △승부 조작 및 편파 판정 등 ‘스포츠 4대 악’을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적발된 단체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즉시 ‘회원 종목 단체’ 자격을 박탈한다.
이 회장은 “성폭력 가해자는 두 번 다시 체육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벌할 것”이라며 “또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밝혀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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