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불황 25년 동안 지속 성장한 기업들의 특징을 보면 ‘재미’와 ‘가성비’와 같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소비 가치를 만든 소매기업들과, 영업력으로 지방 상권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는 지방 토속기업들이 눈에 띈다. 일본 다이소와 같은 균일가 저가 매장은 그 이전에는 없었던 ‘놀라운 가성비’ 라는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조한 사례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시차를 20년이라고 감안하고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일본으로 돌아가보면 수십 개의 대형 백화점 그리고 확장형 또는 문어발식 소매기업인 다이에와 후지산쇼카이 같은 기업들이 부도처리 됐고 동시대 많은 제조기업들이 도산했다. 그러나 드럭스토어와 편의점 같은 고령 친화적 소매산업이나 돈키호테홀딩스, 니토리홀딩스 같은 ‘가성비’ 높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1990년 일본처럼 드라마틱한 경제붕괴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구구조와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경제성장률 2% 수준의 저성장화는 불가피하다. 필자는 과거 30년 고도성장한 한국의 1988~2017년 연평균 성장률이 6.07%인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미래 30년(2020~2049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공하는 장기경제 전망치에 기초해 계산해봤다. 2.0%였다.
결국 20년 전 일본의 운명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소비 자신감을 급격히 잃어버리고 있는 이유는 58년생 개띠 출생자로 대변되는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시작됐고 이들이 일군 제조업 파이프라인 경제가 그 유효기간을 다하면서 가처분소득이 정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최대의 속도로 진행되면서 한국 내수시장의 주력 소비자(30~54세) 인구가 2016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다.
다이소와 같은 저가 균일가 매장은 영국을 포함하여 유럽에서도 한때 크게 유행한 적은 있었으나 지속성장하고 다점포화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일본과 한국 다이소가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가성비 달성 메커니즘을 전 사원과 공유하고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새로운 소비 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지속성장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저성장이 기본이 되는 뉴노멀 경제에서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형태인 ‘가성비’를 달성하지 못하는 제품과 매장은 철저히 외면 받는다. 세계 최초, 최고 기술의 제품과 매장도 고객들이 반응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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