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서 10점 만점에 8점으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평가를 받았다. 2017년과 동일한 평가다.
8일(현시간) EIU가 발행한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발표된 지수와 동일한 평균점수 8점을 유지했다. ▲선거 절차와 다원성 ▲정부 기능성 ▲정치 참여도 ▲정치문화 ▲시민 자유 등 각 항목에서도 기존의 평가가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졌다. 8점은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와 ‘결함 있는 민주주의’의 경계선 점수지만 EIU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후자로 분류했다.
전체 167개 국가 가운데 순위는 지난해 20위에서 한 단계 떨어진 21위가 됐다. 코스타리카가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 ‘완전 민주주의’로 올라가면서 한국을 추월했다. 코스타리카는 지난해 대선을 큰 분쟁 없이 무사히 치러냈고 중도 좌파 성향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대통령이 대권을 차지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선두를 유지했다.
민주주의 지수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노르웨이였다. 아이슬란드ㆍ스웨덴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와 호주ㆍ뉴질랜드ㆍ캐나다가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미국은 지난해보다 떨어진 7.96점, 25위에 머물렀고 반대로 일본은 지난해보다 상승해 7.99점, 순위상으로 한국 바로 아래인 2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보다 9단계 오르기는 했지만 독재 정권(3.32점)으로 분류됐다. 북한은 10점 만점에 1.08점, 167위로 지난해에 이어 평가 국가 가운데 최하위였다. 북한 위로 시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차드,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 중동ㆍ아프리카 국가가 하위 그룹을 형성했다.
◇“여성 등 정치 참여 늘면서 세계 민주주의 퇴조 제동”
EIU는 경제 불평등과 소수자 차별, ‘스트롱맨 정치’의 확산으로 인한 전반적인 민주주의 퇴조 현상이 2018년 들어 멈췄다고 평가했다. 정부 기능성 지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정부 기관과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신뢰가 감소했지만, 대신 정치 참여 지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정치 참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는 성인 식자율(글을 읽고 쓰는 능력), 정치 관련 보도에 대한 관심, 합법적 집회에 대한 참여도가 늘어났다. 중동ㆍ북아프리카에서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높았지만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대중 집회에 참여하려는 의지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IU는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성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행동으로 연결됐다”라고 설명했다.
EIU는 특히 가장 큰 주목 요소로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미투 운동’ 등을 계기로 여성의 적극적인 조직 활동이 늘어났고, 정치 참여를 막는 성차별적인 법률과 사회경제적 격차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 여성 의원들이 미국 전체 의회의 20.3%를 차지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비율에 해당한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의원 후보자 공천 시 남녀를 균등하게 할 것을 지향하는 법률을 제정했는데, 이는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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