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노조 일일 총파업 이튿날인 9일 파업 참가자들이 직장에 복귀하면서 은행의 모든 점포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은 답보 상태라 노조가 예고한 2차 파업(1월30일~2월1일)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다만 온라인 뱅킹 보편화, ‘귀족 노조’ 비판 여론 등으로 노조의 경고 파업 전략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노사 협상이 이전보다 유연하게 진행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인 국민은행장과 박흥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교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양측 입장이 변화된 게 없어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 이후 첫 협상에서 노사에서 실무자급이 아닌 대표자들이 직접 나서면서 양 측의 협상 의지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협상의 주요 쟁점은 성과급 인상, 페이밴드(진급 누락 시 호봉 상승 제한),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등 3가지다. 최대 쟁점이었던 성과급은 노사가 기본급의 300% 지급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는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페이밴드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을 설정해 연차가 차더라도 승진을 못하면 임금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4년 11월 신입 행원부터 적용되고 있다. 사측은 이를 전 직원에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이미 산별교섭에서 진입 연령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됐지만 사측은 부점장과 팀장급 이하의 진입 시기를 통일하겠다며 일괄적으로 만 56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럴 경우 팀장급 이하 직원의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가 1년이 아닌 수 개월 연장에 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사간 입장 차는 팽팽하지만 양측이 2차 파업 이전 타결을 보기 위해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일 파업의 여파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추가 파업 경고를 지렛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던 노조가 전략 수정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협상이 또다시 결렬될 경우 노조가 짊어질 부담이 훨씬 커진 탓이다. 물론 은행도 고객 신뢰도 추락을 방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노조가 예고대로 이달 말 2차 파업을 강행한다면 8일 파업에 비해 고객 불편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월말은 각종 대금 결제가 마무리되는 기간이라 평소보다 영업점 방문 고객이 많다. 특히 이달 말은 내달 설 연휴(2~6일) 직전이라 은행 방문 수요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점 업무 차질로 고객들이 모바일ㆍ인터넷뱅킹으로 한꺼번에 몰리면 전산망 오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 거래마저 차질이 빚어지면 은행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격화되기 쉽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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