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제재 완화’ 효과 기대, 美는 ‘비핵화 유도’ 역할 희망
“시진핑, 美와 무역협상 하는 날 김정은 만나… 北 레버리지 과시”
중국은 누구 편일까. 중국이 협상 상대방을 움직일 자신의 지렛대가 돼주기를 바라는 게 북한과 미국의 속내다. 한반도 비핵화와 보상 방식을 놓고 조만간 또 한 번의 정상 간 담판을 벌일 두 나라가 신년 벽두 성사된 북중 정상회담을 각자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뒤 잠시 소원했지만, 본래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북한의 오랜 우방이다. 지난해 열린 대미 대화 국면이 오히려 북한한테 대중관계 복원 동기가 됐다. 3, 5, 6월 세 차례 열린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북중 정상회담은 전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상대인 대미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서였다.
이는 중국을 북한이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해주는 지렛대로 여기기 때문이다. 일단 안보 측면에서 중국이 뒷배를 봐주는지 여부는 북한의 협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 궁지에 몰려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 없이 비핵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중국이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다. 나아가 제재 완화를 미국에 더 강하게 요구하는 일도 중국을 등에 업어야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 긴밀히 연계해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건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 재편 과정에서 자칫 자국이 소외될까 봐 불안한 중국을 달래려는 의도에서였으리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북 비핵화 레버리지이기도 하다. 대북 영향력이 상당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주기를 미국은 바란다.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센티브도 갖고 있다. 무역 분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상회담 때 이뤄진 ‘무역 휴전’을 계기로 미중 간 대북 공조가 복원되는 모양새다. 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100%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이 촉진되느냐 지연되느냐도 중국 하기에 달렸다. 강대국인 미중의 협공은 협상 가속 요인이다. 반면 북중이 서로 지렛대 구실을 하면서 미국에 대항하는 형국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거꾸로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관철되는 건 북미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이번에 역시 북중 정상회담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에서 열린 데에는 굳이 북한을 방문해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시 주석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 협상 시작 시점(8일)에 중국에서 개최된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 입장에서 미국에 북한 레버리지를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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