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테러로 ‘마이너스 땅’과 다름 없었던 이라크가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활개치던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세력이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고, 혼란스럽던 정치 상황도 어느 정도 수습 국면에 들어가면서 경제적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불안정한 정국이지만,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몰려들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5년 말부터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반토막이 난 이라크증시가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 프런티어 캐피탈의 이라크 책임 투자자 아메드 타바크칼리는 “지난해 이라크 증시가 15% 가량 급락 후 마감했음에도 3.65%의 수익을 올렸다”며 “2017년 이라크 정부군의 모술 탈환 작전 직후 사들인 주식 덕”이라고 말했다.
석유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 만성화된 부정부패, 높은 실업률 등 이라크의 투자를 주저하는 위험 요소는 그대로지만 투자 전문가들의 평가는 의외로 낙관적이다.
일단 우량 기업의 가치 상승이 경제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이라크 굴지의 통신사업자인 아시아셀은 정부군이 되찾은 모술 지역의 통신망을 재건하는 사업을 맡으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다. 바그다드 소프트드링크도 펩시의 공식 수입처가 되면서 수익이 급격히 증가해, 바사라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등 설비투자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라크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역내 평균보다 1.9% 높은 6.5%로 전망하며 투자자들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에는 테러와 폭력사태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물론 위험 요소도 아직은 적지 않아 보인다. 당장 지난 7월부터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는 민생고를 이유로 시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2014년 이후 지속된 IS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 북부 지역의 재건도 시급하다. 정치적으로도 지난해 10월 내각이 구성됐지만, 야당과의 갈등으로 정국 불안정도 여전하다. 대표적인 이라크 증시 투자기관인 유프라테스이라크펀드의 그란트 펠겐하우어 자문위원은 “낙관적이지 않은 사람은 이라크에 투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이라크는 지금이 가장 돈을 벌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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