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광주시 이번엔 공공기관 간부 찍어내기 감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광주시 이번엔 공공기관 간부 찍어내기 감사?

입력
2019.01.09 16:19
0 0
광주복지재단이 운영 중인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전경. 광주복지재단 제공
광주복지재단이 운영 중인 광주 남구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전경. 광주복지재단 제공

광주시감사위원회가 민선 6기에서 임용된 광주시 출연기관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찍어내기’식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광주시 고위 간부와 시 감사위원장, 광주시의원 등이 이 간부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폭로까지 나와 관행적으로 이뤄진 전임 시장 측 인사 물갈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일 시 등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3일 (재)광주복지재단에 대한 특정감사결과를 공개하고 임기제 계약직인 빛고을노인건강타운 A본부장에 대해 채용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구했다. 공유재산인 복지관 지하 1층 매점과 자판기(11대)에 대한 관리ㆍ운영이 부적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감사위는 감사결과를 통해 “2015년 12월부터 매점과 자판기 운영을 재단 측과 공유재산 사용ㆍ수익허가 계약을 맺은 임차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는 걸 A본부장이 알고도 묵인했다”며 “공유재산 전대(轉貸) 행위 묵인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본부장이 “이용섭 시장 쪽 사람들로 교체하기 위한 표적 감사이자 부실 감사”라고 반발하면서 감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실제 감사위는 임차인이 매점ㆍ자판기를 사돈이자 실제 운영자인 B씨에게 전대한 것으로 판단하고 A본부장이 이를 눈 감아준 것으로 봤지만 임차인의 전대 행위를 뒷받침할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임차인이 매점 등을 B씨에게 양도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약서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감사위가 B씨 측을 상대로 확인한 건 실제 매점 근무자가 누구인지와 매점 임대 시점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감사위의 감사결과는 임차인이 매점ㆍ자판기를 전대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 셈이 됐다.

이에 B씨 측도 발끈했다. B씨 측은 “사돈인 임차인의 부탁으로 급여를 받고 매점 일을 도와준 게 전부”라며 “전대 행위라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감사위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매점과 자판기 운영에 따른 연 매출이 2억원 이상 된다는 제3자의 구두 진술만을 들은 뒤 A본부장이 이를 묵인했기 때문에 이런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감사결과를 내놓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감사위의 이번 감사엔 전임 시장 때 임명된 공공기관 인사들을 이 시장 측 사람들로 바꾸려는 정치적 배경이 깔려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게 2016년 8월 윤장현 시장 재임 당시 채용된 A본부장은 “지난해 8월부터 시 관계자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A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중순 광주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규정을 무시한 직원 채용 등이 지적된 뒤 이병훈 경제부시장이 전화를 걸어와 ‘12월까지 그만 두고, 다음을 기약해 보자’고 했고, 감사위원장도 자신의 사무실로 부르더니 ‘12월까지 마무리하면 어떻겠느냐’고 사퇴를 종용했었다”고 말했다.

A본부장이 감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기간(1개월)이 남아 있는데도, 광주시가 A본부장 징계를 위한 광주복지재단 인사위원회(10일)를 서둘러 개최하려고 한 것도 석연찮다. 이 부시장은 이에 대해 “시의회에서 행정사무조사까지 하면 A본부장이 그럴 것(난처해질 것) 같아서 그에게 명예롭게 자리를 비우는 게 낫겠다고 했다. A본부장을 생각(걱정)해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고, 감사위원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이를 두고 시청 안팎에선 이 시장 선거 승리에 기여한 캠프 인사들의 논공행상을 위한 일자리 만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는 이 시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 사실 감사위 감사 배경에 전임 시장이 앉힌 인사 찍어내기 의혹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감사위는 지난해 8월 광주디자인센터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회계질서 문란 등을 이유로 C원장에 대해 해임이나 파면, 정직을 명할 수 있는 중징계 요구했다. 당시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선언했던 이 시장도 C원장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고, 결국 C원장은 견디다 못해 사퇴했다. A본부장은 “이번 감사는 이미 잘 짜인 각본 속에서 실시됐다는 의심이 든다”며 “감사위가 매점 전대 여부도 밝히지 못해 놓고 중간관리자인 나에게 모든 책임을 씌워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게 과연 공명정대한 감사였는지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