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 대비 추가 과세ㆍ지출 안 돼
與 의원 20여명도 野 입장에 가세
英 언론 “브렉시트 연기” 주장 나서
8일 영국 런던 의회 건물 앞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같은 장소에서는 브렉시트 지지파 시위대도 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약 8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국은 아직도 준비가 안 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가 지난해 말 EU와 만든 탈퇴 합의안에 따르면 다음주 중 하원 표결이 이뤄져야 하지만,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게다가 8일(현지시간) 하원이 ‘노 딜(EU와 합의 없는)’ 브렉시트 방지를 위한 재정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메이 합의안이 아니면 노 딜”이라는 정부의 압박도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하원은 이날 노동당 이베트 쿠퍼 의원 등이 상정한 재정법 수정안을 찬성 303표 대 반대 296표로 통과시켰다. 정부가 노 딜 브렉시트를 대비하기 위해 일방적인 추가 과세나 재정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이다. 메이 총리와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가 의회의 동의 없이 노 딜로 가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보수당 의원 20여명마저 이 법안 통과에 동참한 것은 메이 총리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다. 메이 총리는 현 정부와 EU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협상안이 아니라면 노 딜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U 잔류 성향이 강한 야권에 최악(노 딜)과 차악(메이 딜)의 두 선택지를 내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노 딜에 공포를 느끼는 일부 집권당 의원이 야권의 ‘노 딜 방지’ 주장에 휘둘리는 결과만 초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정부는 노 딜에 대비가 돼 있다는 주장과 노 딜이 시장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를 동시에 날리고 있다”라며 “둘 다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영국 수출입 상품의 17%가 오가는 도버 항구에서 발생할 ‘병목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7일 실시한 긴급 훈련에는 운송트럭 89대만이 동원돼, “너무 늦었고 너무 작은 훈련”이라는 비웃음만 샀다. 영국 도로운송협회에 따르면 도버 항구를 오가는 트럭은 하루 1만대에 이른다.

다음 주로 예정된 ‘메이 딜’ 표결 역시 끝내 보수당 내 강경 브렉시트파의 지지를 얻지 못해 비관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장관은 “보수당 동료들이 그들만의 ‘완벽한 브렉시트’를 원하고 있다”라며 사실상 노 딜을 방조하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가 “북아일랜드 관세 백스톱이 영구 조치가 아니라는 새로운 문서 보장을 할 수 있다”라며 메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관세 백스톱’이란 브렉시트 상황에서도 북아일랜드와 영국 사이에는 관세동맹 체제가 유지되는 걸 말한다.

자연스레 브렉시트 연기론도 고개를 들었다. 영국 인디펜던트와 가디언 등은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디데이’를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브렉시트 지지 성향인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7일 메이 정부가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유럽사법재판소(ECJ) 결정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영국이 EU 탈퇴 조항인 ‘리스본 조약 50조’ 발효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국 총리실은 “브렉시트 일정은 예정대로”라며 이를 부정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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