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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릴레오 효과

입력
2019.01.09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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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선보인 인터넷 방송 '알릴레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선보인 인터넷 방송 '알릴레오'.

글은 되도록 담백한 게 좋다고 믿는다. 어쩌다 멋진 표현(물론 순도 100% ‘자뻑’ 관점이다) 같은 게 떠올라도 평이하게 고치고, 남에게 상처 주는 표현은 가급적 삼가고, 할 수밖에 없다면 알아볼 사람만 알아보라는 느낌으로 여백처럼 처리하는 편이다. 알아보면 좋고, 못 알아본다면 더 좋다. 사고의 정제 과정을 거치는 글은 성찰적이기에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손쉽게 가식과 위선으로 흘러든다. 글이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단정적이거나 선언적이라면,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은 한 번쯤 의심해 봐도 된다.

□ “시인이니까 내 시를 열심히 잘 다듬어 잘 내놓는 것이 당연한 내 일인데, 내가 매 순간 내가 쓴 시처럼 말하고 시처럼 살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너무나 두렵고, 또 너무나 부끄럽다.”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정호승 시인이 이런 말을, 그 순한 얼굴로 진지하게 토로했을 때 정 시인이 더 좋아졌다. 돌아가시면서 자신의 책을 모두 절판시키라 하셨다던 법정 스님의 뜻이, 아름다운 결단이라기보다 어찌 보면 당신으로서는 꽤나 절박한 과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극적인 글이 대세로 굳어버렸다. 나중에 자기 글 어떻게 보려고 저러나, 어차피 두 번 보진 않겠지, 싶은 글이 댓글에서부터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가득하다. 모든 글이 ‘n분의 1’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시대라 자극적인 것만 살아남다 보니 그런가 보다. “보글보글 거리는 자기만의 거품 속에서 저마다 소리지르고 있는 격”이라던 디지털 시대 진단이 실감난다. 알고리즘이 더 강화되는 추세에 따르자면 비슷한 자극과 정보만 주입받아 거품 효과가 더 극대화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시작한 인터넷 방송 ‘알릴레오’가 화제다. 유시민이라는 개인의 지명도, 문정인 특보 같은 인물들을 불러낼 수 있는 섭외력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었던 건 ‘맞는 말을 싸가지 없이 한다’고 평가받던 유시민이 순한 말을 쓴다는 점이었다. 남북 문제야 그렇다 해도 다른 이슈에서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내용에 대한 동의 여부야 각자 판단하더라도 2019년엔 그런 순한 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어본다. 그래도 새해니까.

조태성 문화부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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