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만한 얼굴에 그린 듯 동그란 눈, 경쾌하게 올라간 입꼬리에 걸린 깜찍한 보조개가 매력적인 하연수는 '만찢녀'라는 애칭이 꼭 어울리는 사람이다. 만화 속 주인공이 툭 튀어나온 것처럼 다소 비현실적 외모를 자랑하는 그는 "저 신기하게 생겼대요. 제가 봐도 그래요"라며 웃는 털털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억지로 포장하거나 꾸며낼 줄 모르고, 가식이 없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기자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렸을 때 집안이 무척 어려워 힘들게 자랐다"고 털어놓는 하연수의 모습에서 강하지만 여린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하연수가 스크린에 복귀하는 건 6년 만이다. 2013년 '연애의 온도'에서 짧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한 그는 새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대선배 유호정과 2인 1역 도전이다. 하연수가 주인공 장미(유호정)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꿈 많던 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냈다.
특히 이 영화는 모녀간의 깊은 사랑을 담아내 기어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직접 작품 속에서 연기를 한 하연수 역시 엄마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작품이라 고백했다.
"저도 얼마 전에 영화를 처음 봤어요. 아직 개봉을 안 해서 엄마는 못 보셨어요. 부산에 계시는데 개봉하면 같이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할 거 같아요. 사실 저, 굉장히 무뚝뚝한 딸이에요. 엄마랑 대화할 때는 사투리를 쓰거든요. 말투도 좀 딱딱하고 애교가 없어요."
하지만 하연수의 마음 속에는 어머니를 향한 사랑이 그 무엇보다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표현을 잘 못하는 딸이어서, 늘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시사회 때 보니까 아드님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기도 하고 그랬어요. 전 엄마랑 그 정도로 끈끈하게 지내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런 분들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어요. 이젠 서른 살이 됐고, 그동안 엄마가 저를 지켜줬으니 이제 제가 지켜드려야죠."
영화 촬영에 임하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엄마 생각을 했다.
"'그대 이름은 장미'가 엄마에 대한 영화다 보니까 연기하면서 엄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에요. 먹먹하거나 공허할 때도 많았죠. 저는 나쁜 딸인 게, 엄마의 과거 꿈이나 그런 거에 대해 깊게 물어본 적이 없어요. 그게 마음에 걸리고 후회스럽더라고요."
"올해 계획 중에 하나가 엄마 모시고 유럽 여행을 가는 거에요. 지나가는 말처럼 얘기는 한 적이 있어요. '우리도 추억 한 번 만들어보자'고 무뚝뚝하게 말을 했죠.(웃음) 엄마랑 여행 꼭 갔으면 좋겠어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하고 미안한 마음을 토로하던 하연수는 평소 '고민이 많은 성격'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매일 고민해요. 인생이나 행복에 대해.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죠. 자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들을 하고요. 그런데 친구들은 저더러 '진지하긴 한데 웃긴다'고 그래요. 사실 제가 제일 웃기거든요. 언니들은 '사람들이 너의 이런 모습을 알아야 하는데'라고 말하곤 하죠. 주로 언어유희를 하는데, 가벼운 농담은 아니고 센스 있는 개그 같은 거? 하하."
어느덧 삼십대가 된 하연수는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중이다. 10대나 20대 때보다는 사고가 확실히 성숙해졌고, 주변의 소중함도 더 많이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 '인간 하연수'를 잘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을 품고 있었다.
"29살 끝자락까지 엄청난 고민에 휩싸이고 생각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이 지구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너무 다른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잖아요. 제가 스스로 당당한 삶을 살고 싶어요. 저의 경험치에 의한 자아가 판단할 때 '확실하게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을 찾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물론 연기적으로도 일도 많이 하고 잘 풀리면 좋지만, 지금 제겐 소중한 친구도 많고 가족도 있잖아요. 잘 어울리면서 화합하고 주변 사람들을 챙겨가면서 보내는 것도 굉장히 뿌듯한 일 같고요. 이젠 가정이 있는 친구들도 있고, 다같이 성숙해지고 발전해가고 있어요. 이런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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