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을 압류해 달라고 낸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일제 강점기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대리한 김세은ㆍ임재성 변호사는 8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신일철주금의 PNR 주식 8만1,075주에 대한 압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피해자 측 대리인들은 신일철주금과 포스코가 설립한 합작사인 PNR의 본사를 관할하는 포항지원에 압류신청서를 넣었다. 압류 주식은 피해자 2명의 손해배상금 및 지연손해금에 해당한다. 대리인들은 신일철주금이 PNR 주식 234만3,294주(110억원 상당)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원의 압류 결정은 PNR에 송달된 이후 압류의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압류가 효력을 발생하면 신일철주금은 PNR 주식에 대한 매매, 양도, 기타 일체의 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대리인들은 “신일철주금과의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며 통상 주식압류 절차에서 압류신청과 동반되는 절차인 ‘매각명령’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매각명령 과정이 있어야만 신일철주금의 주식이 실제 공매 등 과정을 거쳐 배상금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 대리인들은 “신일철주금이 계속 피해자 측과 협의하지 않는다면 압류된 주식에 대한 매각명령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며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신속히 협의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압류 결정에 대해 신일철주금 관계자는 “한국 법원에서 통지가 오는 대로 일본 정부와 계속 협의하며 적절히 대응해 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압류 대상이 주식이어서 바로 현금화되지 않는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가 (압류) 집행 움직임을 보일 때 협의를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의 자산이 압류되는 절차와 관련,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협의를 요청하는 방안을 포함해 한국 정부와 막후 조율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 정부 모두 동의할 경우 협의 절차를 시작하며, 제3국을 통한 중재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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