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징용돼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의 나가사키(長崎)조선소에 일하다 원폭 피해를 당한 김성수(93)씨 등 한국인 3명이 승소해 피폭수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나가사키지방법원은 8일 한국인 피폭 징용자 3명이 나가사키시를 상대로 낸 피폭수첩 발급거부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시 당국에 수첩 발급을 명령했다. 강제 징용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게 피폭수첩 발급을 명령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 측 3인은 1943~1944년 나가사키조선소에 징용됐고, 미군이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1945년 8월 9일 조선소와 인근 기숙사에서 피폭됐다. 이들은 2015~2016년에 피폭수첩 발급을 신청했으나, 나가사키시 측은 원폭이 투하된 지 70년이 지난 데에다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피폭 증거와 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갑자기 하늘이 새빨개지고 ‘쾅’하는 소리에 유리가 깨졌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증언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피폭자임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진술이 뒷받침되고 진술의 골자도 믿을 만하다고 인정된다”고 판결을 내렸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태평양전쟁 종전 3년 후인 1948년 6월 나가사키 지방법무국에 한국으로 돌아간 한반도 출신 징용자 3,418명의 명부를 제출하고 미지급 임금 85만9,779엔을 공탁했다. 그러나 나가사키 지방법무국은 공탁 서류를 보관하라는 1958년 법무성 지침을 어기고 보존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1970년 명부를 폐기해 논란이 됐다. 원고 측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생존 피폭자에게 건강수첩을 발급해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수첩 발급의 중요한 증거인 징용자 명부를 스스로 폐기해놓고 수첩 발급 신청을 각하한 것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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