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네트워크사업부 수원 이전… 지역 민간단체는 SK 하이닉스 유치 나서
삼성전자가 구미사업장(스마트시티)에 있는 네트워크사업부 핵심 부서를 4월쯤 경기 수원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구미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현 네트워크사업부가 연구개발(수원)과 생산(구미)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미시는 물론 지역 민간단체들이 나서 대기업과 중견기업 유치에 동분서주하는데 찬물을 끼얹은 일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구미시와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네트워크사업부 직원 400여명 중 제조분야 200여 명을 수원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네트워크사업부는 제조기능과 개발조직 협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며 “구미 삼성스마트시티 인력이 9,700여명인 상황에서 현재 수원으로 기겠다고 신청한 인원이 200여명인데 네트워크사업부가 빠지더라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네트워크사업부 구미 1차 협력업체는 3곳 밖에 없고 2차 협력업체도 10여 곳에 불과해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미시와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이전을 시도하는 대기업들을 바라보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구미에서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조모(53)씨는 “일부 인력이 이동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기업들의 구미 탈출 러시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구미지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만을 가져 온다”며 “현재 진행중인 SK 하이닉스 구미유치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중 결정될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는 여러 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선 가운데 경기도 용인·이천, 충북 청주 3곳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구미가 네 번째 뛰어던 상황이다.
8일 구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하고 올 상반기에 후보지를 결정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는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장 멀어 교통 접근성은 불리하지만 대규모 산업용지인 구미국가산업5단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대기업 유치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총력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42만 구미시민을 대표해 간절히 국민청원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구미청년이라고 소개한 이 청원자는 “지방이 붕괴되고 소멸된다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없다며 죽어가는 구미 경제와 산업단지 회생과 발전을 위해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단지가 구미에 들어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8일 현재 해당 글의 청원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시민들도 SK본사를 방문해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 SK구미 챌린지’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석 중인 장세용 구미시장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롯해 기업체 관계자들은 박람회에 참가한 SK그룹 홍보부스를 방문해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등을 만나 구미 유치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또 SK하이닉스 구미유치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중앙부처를 방문, 건의하고 범시민 서명운동, 결의대회를 통해 시민 공감대 확산과 SK하이닉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경북도와 공동 대응한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삼성의 수원 이전을 탓하기 전에 정주 여건 개선과 각종 인프라 구축과 인센티브 제공 등의 대책을 마련해 기업이 찾아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출장 중인 장세용 구미시장은 “박람회 기간 중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지역 경제 발전에 성과를 거두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종호기자 choo@hankookilbo.com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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