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하면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찾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 발달로 이동 중 부가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운전자들이 감성을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보다 품질 높은 소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IHS 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프리미엄 사운드 시장은 약 10억달러 규모(2015년 기준)로 2021년까지 연평균 5% 이상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스피커 개수 및 성능, 앰프의 성능 등을 두고 일반 사운드 시스템과 구분할 수 있다. 일반 시스템은 보통 4~6개 스피커로 구성되는 반면 프리미엄 시스템엔 최소 8개에서 최대 20개가 넘는 스피커가 장착된다.
물론 많은 스피커가 더 좋은 소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더 풍성하고 세밀하게 구분된 음향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인간은 보통 20㎐에서 20㎑까지 대역을 들을 수 있는데, 모든 대역의 소리가 스피커 한 개에서 나오면 음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 시스템은 저음, 중음, 고음은 물론 중고음, 중저음 등 소리를 다양한 대역으로 세분화해 트위터와 서브우퍼 등 전용 스피커를 통해 들려줌으로써 한층 풍부하고 정확한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스피커 성능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다. 운전자마다 선호하는 소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스피커가 운전자에게 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주는가’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렵다. 다만 홈 오디오와는 달리 설치 공간에 제약이 많은 자동차의 경우 작은 크기의 스피커가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성능이 좋다고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영구자석과 코일, 진동판으로 구성된다. 소스로부터 전기신호를 받은 앰프가 신호를 증폭시켜 코일로 전달하면 전자석인 코일은 신호에 따라 영구자석을 밀었다가 당기고, 코일과 연결된 진동판이 흔들리면서 소리를 내게 된다. 차량용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에선 진동판 크기를 키우지 않으면서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해 자력이 높은 영구자석을 사용하거나, 최적화된 재질의 진동판을 활용해 소리를 전달하는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차량용 사운드 시스템은 홈 오디오 시스템에 비해 설계 난이도가 높기도 하다. 환경 변화가 크지 않은 집에 비해 차는 외부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온도 변화가 심하고 진동 및 외부 소음 유입 등 극한 환경 속에서도 성능에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취자를 중심으로 스피커를 움직여 소리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홈 오디오와는 달리 차량용은 고정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좁은 내부 공간에서 이리저리 난반사 되기 때문에 좋은 소리를 얻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차량용 사운드 시스템은 각각의 내부 인테리어에 맞게 디자인돼 튜닝 작업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차량용 프리미엄 사운드 시장은 국내 업체들 중 소수만이 참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모비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사운드 전용 시험실을 갖추고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차의 특성과 도로 주행상황 등에 걸맞는 최적화된 오디오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목표에서였다. 2006년부터 ‘드라이빙 콘서트 홀’을 컨셉트로 차량용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 돌입해 2008년부터 그랜저와 쏘나타, K7 등 현대ㆍ기아차 모델에 적용해 온 것도 그 같은 노력이 이룬 성과 중 하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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