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예보 등 이사들
임기 마치고도 계속 출근
금융위 “절차 진행 중” 답변만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 임원 가운데 이미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관에선 2년째 후임자만 찾으며 임기가 끝난 임원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A 상임이사는 지난 2014년 4월 임명돼 2017년 7월19일 임기가 끝났지만 벌써 1년 반째 임원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캠코의 B상임이사도 지난해 12월22일 임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출근 중이다.
캠코 뿐이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의 비상임이사 4명은 각각 지난해 4월(2명)과 5월(1명), 10월(1명)에 2년 임기를 마쳤지만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연초 2년 임기를 다 채운 주택금융공사의 비상임이사 3명도 계속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임기 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임기 만료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28조’에 따른 것이다. 정부 산하 금융공기업의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임기는 통상 2년이다. 임면권자(상임이사는 사장, 비상임이사는 금융위원장)는 해당 임원의 경영 실적을 평가해 1년 단위로 연임시킬 수 있지만 연임이 결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연임 결정이 미뤄지는 일이 허다하다는 점이다. 캠코의 상임이사 연임 여부는 기관장이 결정한다. 하지만 캠코는 “후임자를 찾는 중”이라고만 할 뿐, 1년 반째 후속 인선이 미뤄지는 배경은 설명하지 못했다. 한 금융공기업 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복지부동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며 “기관장들이 조직 내 잡음을 일으키기 싫거나 정부 눈치 때문에 자율 경영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상임이사에 대한 연임 결정권은 금융위원장에게 있다. 예보는 지난해 비상임이사 임기가 끝나자마자 금융위원회에 연임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금융위에서 아직 아무런 언급이 없어 기존 임원이 일단 직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역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만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민간 기업과 달리, 낙하산 인사가 종종 내려오는 금융공기업 임원은 연임과 관련한 관행과 규정도 상당히 관대하다. 원칙상 임면권자는 임원의 성과를 두루 따져 연임을 결정해야 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끌다 그냥 연임시켜 주는 게 현실이다.
이 경우, 임기 종료 시점과 관계없이 해당 임원은 연임 결정일로부터 1년간 새 임기를 보장받는다. 캠코의 A상임이사는 총 3년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실제론 4년9개월째 근무 중이다. 이에 신용보증기금 노조는 금융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지난달 임기 만료를 앞둔 C상임이사의 연임 여부를 묻는 직원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 결과 직원의 3분의 2가 해당 상임이사의 연임을 반대했고, 노조는 이 결과를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신보 노조 관계자는 “임원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연임해주는 게 관행으로 굳었는데 실력 있는 임원이 연임하는 게 법 취지에도 맞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금융공기업 임원 인사도 임기 만료 전 임면권자가 반드시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민간 금융사 부장은 “임원의 임기가 끝나도 당연한 듯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과연 조직에 긴장감이란 게 있을지 의문”이라며 “금융공기업 임원 인사 관행도 싹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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