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급 인사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열차가 7일 오후 10시15분(현지시간) 북중 접경지역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중 간 사전 조율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방중 고위급 인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중 접경지역의 한 대북소식통은 이날 “해당 열차는 북측에서 넘어왔고 열차가 지나간 뒤엔 단둥(丹東)역 앞에 배치됐던 공안들이 모두 철수했다”면서 “누가 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김 위원장이나 고위급 인사가 타는 특별열차도 일반열차와 마찬가지로 녹색이어서 외관상으로는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북한 고위인사가 중국을 방문할 경우 열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보이는 압록강변 호텔의 투숙객을 받지 않고 단둥역과 압록강철교의 경비를 대폭 강화했었다. 이번에도 현지 소식통들은 전날부터 중롄(中聯)호텔이 수리를 이유로 전날부터 투숙객을 받지 않았고, 이날 오후부터 단둥역과 압록강변에 공안들이 대거 배치됐다고 전했다.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도 이날 오후 늦게 단둥역에서 이상 동향이 포착된다는 소식이 급속히 퍼졌다. 한 현지 네티즌은 “북한에서 고위급 인사가 온다는 얘기가 단둥 시내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단둥 현지 소식통은 “보안 차원에서 단둥역 역무원들의 휴대폰이 한 때 회수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된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북미 간 줄다리기가 치열할 텐데 북한으로선 든든한 뒷배가 필요하고 중국도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는 이벤트 때마다 중국을 방문해 조율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3월 집권 이후 첫 방중에 나선 데 이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는 다롄(大連)과 베이징을 각각 방문해 시 주석과 회동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진다면 이번이 4번째 회동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앞두고 비핵화 상응조처 등과 관련해 논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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