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ㆍ세종대 연구진
쥐의 호르몬 분비 기관인 부신에
플라스틱 전기신호 측정 센서 삽입
분비되는 ‘코티졸’ 실시간 측정
국내 연구진이 체내의 호르몬 분비기관에 플라스틱 센서를 삽입, 분비되는 스트레스을 실시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환자의 호르몬 이상 분비를 즉시 포착해 적절한 치료 약물을 투여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김태일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와 최영진 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진이 수 ㎛(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플라스틱 전기신호 측정 센서를 쥐의 부신에 삽입, 부신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실시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부신은 노폐물 배설 등의 역할을 하는 신장 위에 붙어 있는 호르몬 분비기관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호르몬 분비기관인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진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이 부신을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발생시킨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코티졸 생성을 지시하는 ‘방아쇠’인 부신의 전기신호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김 교수는 “ACTH를 외부에서 투여해 코티졸 분비를 유도한 결과 부신의 전기신호가 크게 증가했고, 강제로 물에서 수영하게 하는 등 쥐를 스트레스 상황에 놓았을 때도 부신에서 전기신호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신의 전기신호가 코티졸 발생에 관여하는 만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신 속에 삽입한 전기신호 센서는 쥐의 몸에서 9주 이상 정상 작동했다. 기존에는 침이나 혈액을 이용해 코티졸을 측정해왔다. 그러나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했고, 체내의 실제 코티졸 수치와 차이가 큰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코티졸은 한 번 분비되면 혈류를 따라 몸 안을 돌며 전신에 장시간 영향을 준다. 코티졸이 과다 분비되면 몸 안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심혈관계ㆍ소화계통ㆍ생식계통 등에 악영향을 준다. 두통과 우울증, 공황장애, 고혈압, 소화불량, 당뇨, 설사, 생리 불순 등이 대표적인 만성 스트레스 질환이다.
최 교수는 “향후 코티졸 농도를 실시간 확인하는 등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고, 체내 센서에서 전기자극을 발생시켜 호르몬의 이상 분비를 막는 쪽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7일자에 게재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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