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칠레오’ 공개하며 선 그어
“文정권 조력자 이미지 굳힌 뒤
상황 따라 등판 결정” 관측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보진영 일각의 기대와는 반대로 정계복귀설을 거듭 일축했다. 지지층에선 보수진영과 맞서며 민심이반을 막을 구원투수로 그를 지목하는 시각이 강하지만 유 이사장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하지만 본인의 호언장담에도 정가의 관심은 갈수록 커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호위무사’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이미 현실적인 정치적 입지를 굳혔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유 이사장이 복귀 여부를 저울질하기엔 일단 ‘시기상조’란 판단이 중론이다. 대선까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장기간 차기 대선주자로 노출될 경우 검증만 빨라진다는 점을 본인이 알고있기 때문이다. 온갖 견제와 공격이 쏟아지는 차기 주자보다 ‘문 대통령의 든든한 조력자’로 이미지를 굳힌 뒤 상황에 따라 등판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없지 않다.
유 이사장은 7일 유튜브ㆍ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고칠레오’를 공개하면서 “선거에 나가기 싫다”며 정계 복귀설에 선을 그었다. 고칠레오는 지난 5일 공개한 ‘알릴레오’의 후속 시리즈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방송이다. 유 이사장은 고칠레오를 애초 8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알릴레오의 흥행으로 확산된 정계 복귀설을 수습하기 위해 하루 일찍 공개했다.
유 이사장은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무조건 을의 위치로 가야 한다”며 “10여년간 정치를 해 본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좋은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TV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알릴레오가 정계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해석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특히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강제권력이고, 강제권력을 움직여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을 맡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전 “정치를 하지 말고 글을 써라”고 조언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여당에서도 유 이사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는 본인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 이사장의 정계복위 여부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차기 주자 조사에서 지금은 빠지는 게 낫다”며 “정계입문을 부인했던 문재인, 안철수의 사례처럼 정치를 안 한다고 해야 희소성이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의 행보에 대해 다른 해석도 있다. 친노계의 적통인 그의 입장에선 현정부와 대척점에 놓이는 게 상당한 부담이다. 과거 정동영(2007년 대선)ㆍ박근혜(2012년 대선)처럼 차기 주자가 되면 정부와 대립해 존재감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차기 주자로 부각되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꼴이 된다”며 “유 이사장은 문 대통령과 정치적 가족인데 각을 세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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