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은 일부 고가주택에 한정
서울 저가주택과 지방 공시가 대체로 낮아
서민층 세금 인상폭은 크지 않을 전망
이달 25일 최종 발표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서울의 고가주택과 집값 급등지역에서는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최대 2∼3배에 달해 소유자들의 보유세, 증여·상속세 등 각종 세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사진은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 단독주택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실제 거래가격의 50~70% 수준에 불과한 현재의 주택 공시가격을 올해부터 현실에 맞게 조정하기로 하면서 연초부터 부동산 업계가 시끄럽다. 인상폭이 예년의 2~3배에 달하는 일부 지역에선 고가 주택 소유자 뿐 아니라 서민 가구까지 ‘세금 폭탄’ 우려가 높다. 여기에 주택 공시가격을 토대로 정해지는 각종 복지혜택 수혜자들까지 대거 대상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실제보다 과장된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명분과 별개로, 일부 서민층이 받게 될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주택마다의 가격 현실화 정도를 좀 더 차별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①서민 가구도 ‘보유세 폭탄’?

7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그간 통상 시세의 65∼70% 선에서 공시가격이 맞춰진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일부 초고가 주택 공시가격은 시세의 30%에도 못 미쳐 건물과 땅값을 합한 주택 공시가격이 토지분 공시지가보다 낮은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대폭 오르는 공시가격이 보유세 등 세금 폭탄을 부를 거라 우려한다. 하지만 폭탄 수준의 세금은 일부 고가 주택에 제한될 전망이다. 1주택자의 보유세는 공시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전년도 세액의 150%까지만 받게 상한이 설정돼 있다. 1주택자의 작년 보유세가 400만원이었다면 올해 최대 600만원은 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2, 3주택 보유자는 세 부담 증가 상한이 각각 200%, 300%로 높다. 고가나 여러 주택을 가진 사람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건 어느 정도 맞다.

반면 서울 내 저가 주택이나 지방은 대체로 공시가격이 낮고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거의 없어 보유세 인상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공시가격 53억5,000만원이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단독주택(연면적 803㎡)은 올해 92억원의 공시가격이 매겨지면서 보유세가 4,621만원에서 6,932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서울 강북구 번동의 단독주택(159㎡)은 공시가격이 지난해 1억7,300만원에서 올해 1억7,600만원으로 소폭 조정돼 보유세(올해 30만1,000원)도 5,000원(1.9%) 오르는 데 그쳤다. 공시가격이 오히려 8.6% 하락한 경남 창원시 사림동 단독주택(230㎡)은 보유세가 11.8%나 줄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및 보유세 변동. 송정근 기자
②서울에서만 기초연금 대상자 2만명 탈락?

부동산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각종 부담금 등 무려 60여개 분야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된다. 자연히 공시가격이 오르면 이들 분야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 등 복지혜택 수혜자가 공시가격 인상으로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택 공시가격이 20∼30% 오를 경우 서울에서만 1만1,000∼1만9,000여명이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다. 실제 공시가격 인상으로 기초연금 수급자들이 대거 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초연금제도는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은권 의원의 추산은 작년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을 갖고 단순 계산한 것 일뿐, 실제론 기초연금법 제3조 등에 따라 연금대상 선정 기준액을 지급범위 70%에 맞춰 매년 조정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연금 기준도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유관기관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복지 수급 기준 상향 조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③현실화 부작용 줄이려면

다만 보유세 인상폭은 크지 않아도 서민층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은 당장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근로소득을 잣대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는 부동산 등 재산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경우, 약 2~5% 건보료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서민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거론되는 게 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율은 더 높이고 저가 주택은 더 낮춰 서민층의 부담을 좀 더 줄여주는 방안이다. 현재 주택에는 6억원 이하 0.5%, 6억~12억원 0.75%, 12억~50억원 1.0%, 50억~94억원 1.5%, 94억원 초과 2.0%의 종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재산액수 혹은 실거래가 등을 통해 부유층부터 서민까지 구간을 나누고, 이에 따른 공시가격 변동 정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같은 시행착오를 막기 위해선 공시가격 현실화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우 KB부동산 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의 명분엔 동의하지만 현재의 급격한 방식은 서민ㆍ중산층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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