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주음악가 선정된
금호아트홀서 다섯 번 공연
독주회 전체 프로그램을 즉흥 연주만으로 꾸미는 드문 클래식 피아니스트. 클래식이라는 틀 안에서도 상상력을 풀어낼 줄 아는, 한 마디로 피아노를 ‘잘 가지고 논다’는 말이 어울리는 연주자. 피아니스트 박종해(29)에게는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박종해가 국내 무대를 본격적으로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 기회를 만났다.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1년간 다섯 차례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의 부제도 ‘놀이터’라는 뜻의 ‘플레이그라운드’라고 붙였다. 박종해의 음악적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는, “제대로 놀아 보는” 무대가 될 거라는 뜻을 담았다. 7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종해는 “연속성이 없는 단 한 번의 연주회로는 저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어 아쉽다고 생각해왔다”며 “다섯 번의 공연으로 훨씬 다양한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종해는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거쳐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다. 건반 위를 자유롭고도 힘차게 누비는 게 그의 연주 스타일이다. 그래서 한예종 시절 별명이 ‘들판에 풀어놓은 야생동물’이었다. 어린 박종해에게 피아노는 장난감이자 친구였다. “그 땐 연주가 어떤 건지 모르면서 피아노를 치는 게 마냥 좋았어요. 피아노만 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네요.”
박종해에게 실험과 파격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게자 안다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것을 비롯해 음악세계를 착실히 구축하고 있다. 게자 안다 콩쿠르의 심사위원들은 박종해를 “강한 내면과 진심 어린 감성을 모두 표현해내는 최고 수준의 연주자”라고 극찬했다.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자마자 박종해는 ‘놀이터’를 무엇으로 채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연프로그램이 다양하고 풍성한 이유다. 이달 10일 열리는 신년음악회를 그는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렀다. 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등을 한 자리에서 선사한다. 3월 '리얼 소나타'에서는 바흐에서 베토벤에 이르는 고전주의를 깊이 파고든다. 5월 공연 제목은 ‘세상의 모든 변주’다. 그의 즉흥 연주에 영감을 주는 변주곡들을 연주하고, 한국 작곡가 전민재에게 맡긴 신곡도 선보인다.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삼중주를 들려 줄 8월 공연에 이어 12월에는 리스트로 채운 독주회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박종해는 2019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낼 것 같다. 지난해 게자 안다 콩쿠르 준우승자로서 유럽 공연도 계획돼 있다. 준비된 사람일수록 꿈이 명료한 법. 박종해의 새해 소망도 그렇다. “올해 예정된 무대들을 잘 해내고 싶어요. 그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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