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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내년말 은퇴… 소유ㆍ경영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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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내년말 은퇴… 소유ㆍ경영 분리”

입력
2019.01.06 18:41
수정
2019.01.06 23:4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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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이사회 의장, 경영은 전문경영인”… 이웅열 회장처럼 60대 초반에 은퇴

샐러리맨 출신으로 셀트리온을 창업해 시가 총액 27조원의 국내 최대 바이오제약기업으로 키운 서정진(62) 회장이 2020년말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은퇴 전까지 남은 2년 동안 해외 곳곳을 직접 누비며 유통망을 구축해 셀트리온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킨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은퇴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며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겨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인으로서 한창 일할 시기인 60대 초반 전문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고 은퇴하는 것은 과거 대기업 총수들과는 다른 행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내 기업엔 70대 총수들이 건재했었고,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통해 후계 구도를 구축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그러나 최근엔 기업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역시 60대 초반인 이웅열(63) 코오롱 회장이 은퇴했었다.

삼성전기, 대우자동차 등을 거친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그는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고 2002년 인천 송도에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미국에서 우연히 알게 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불모지였던 복제약 산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초기 주가 조작 혐의로 고발당했고, 대학에서 바이오와 거리가 먼 산업공학을 전공한 탓에 ‘사기꾼’으로 몰리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관절염 치료제인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하면서 성공 신화를 썼다. 이후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를 잇따라 내놓았고, 제약을 넘어 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그룹 총수 자리까지 와 보니 사람은 나갈 때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그룹의 전문경영인으로는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 등이 있다. 서 회장에겐 두 아들이 있는데, 서진석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이사가 장남이고, 차남 서준석씨는 셀트리온의 경영 관련 부서에서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바이오제약업계의 신화로 통하지만 서 회장을 둘러싼 논란도 적잖았다. 지난해 11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대한항공 내부 보고서가 공개돼 논란이 됐고, 12월엔 금융감독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감리에 들어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의약품 판매와 마케팅을 전담하는 계열사로, 최대주주가 서 회장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서 회장이 부담을 느껴 은퇴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 측은 “지난 2015년 시무식 때 이미 임직원들에게 2020년 은퇴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서 회장은 세계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자체 유통망 구축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그는 “직판 체제는 해외 진출을 위한 고속도로를 놓는 것”이라며 “지난 한 해 동안 수십 개국을 돌면서 직판 체제 구축을 준비해왔고,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첫 해외직판 제품은 ‘램시마SC’다. 다국적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램시마를 피하주사로 만든 약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유럽의약품청(EMA)에 램시마SC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이르면 오는 10~11월쯤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램시마는 유럽에서 이미 레미케이드의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램시마SC가 시판되면 레미케이드의 다른 바이오시밀러들과도 차별화가 가능해져 셀트리온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서 회장은 내다보고 있다.

올해 서 회장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 설립과 화학합성 개량신약 수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가 지난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약 24조원 규모의 미국 에이즈 치료제 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테믹시스는 다국적제약사 GSK의 ‘제픽스’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비리어드’ 주요 성분을 합쳐 만든 개량신약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외직판 체계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외직판 체계 구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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