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직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송명빈(49) 마커그룹 대표가 6일 “피해 직원 양씨가 그룹의 실질적 대표로 자신의 횡령ㆍ배임 혐의를 감추려고 폭행 사례를 수집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하면서 “양씨가 마커그룹 대표였고 저는 특허와 학술 연구를 책임지기로 했다”며 “그러나 양씨가 회삿돈에 손을 댔고 제품 관리 업무도 부실해 저와 이사회가 양씨에게 사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씨는 스스로 책정한 연봉이 9,000만원이 넘었고 인센티브도 매년 1,500만~2,000만원씩 받아갔다”며 “자신의 행태가 형사고발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필리핀으로 잠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양씨가 잠적한 후 공석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6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또 “양씨는 이사회의 사직 요구는 뒤로한 채 본인의 배임과 횡령 혐의를 축소하고 폭행 자료 수집에 모든 역량을 쏟았다”며 “대부분의 일반인(피해자)은 22개의 폭행 녹취록을 만들기 전에 사직을 했거나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양씨는 송 대표가 2016년 초부터 3년 간 강서구 소재 사무실에서 쇠파이프 등으로 자신을 상습 폭행하고 협박했다며 지난해 11월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강서경찰서는 지난 3일 송 대표를 상습 폭행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송 대표가 양씨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