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원, 4일 기흥 방문
그룹 중심잡기 나섰다는 분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년벽두부터 국내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신성장동력을 찾아 비공개 해외 일정에 주력했던 지난해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재계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삼성의 주력산업에 위기가 드리운 상황에서 올해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의 ‘중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청와대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신년회에 참석한 데 이어 3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 내 5세대 이동통신(5G) 네크워크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을 찾았다. 4일 오전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사업장에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 개척,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 등을 당부했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으로 지정한 ‘삼성 총수’가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행보가 공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작년과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유럽 캐나다 중국 일본 홍콩 등으로 출장을 다니며 해외 네트워크 복원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했다. 모두 비공개 일정이었으며, 대부분 그의 모습을 찍어 올린 현지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행보가 드러났다.
잠행을 하던 이 부회장을 공개 석상으로 이끈 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초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8월에는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맞은 뒤 사업부서와 간담회를 가지며 2년여 만에 현장 경영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올해 이 부회장이 현장 챙기기에 속도를 내는 것은 경제위기와 관련이 깊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행진을 이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기 시작한 데다 올해는 중국 업체들까지 시장에 뛰어들어 무한 경쟁이 예고됐다. 스마트폰은 세계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화웨이의 맹추격에 위태로운 상황이고, 향후 성장동력인 AI와 5G, 자동차 전장사업 등은 확실한 도약 발판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들이 남았지만 삼성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등 3, 4세 총수 시대가 본격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완전 해소,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700여 명 직접고용,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갈등 해결 등 해묵은 난제들을 지난해 잇따라 마무리한 것도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새로운 경영을 위한 준비였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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