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전 주 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그러나 조 전 대사대리가 미국으로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언급을 피하면서 그의 탈북 가능성에 오히려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가 망명을 택했다면 그 이유는 뭘까.
현재 조 전 대사대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에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요청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의 신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는 앞서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와 마찬가지로 서방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2015년 5월 이탈리아에 부임해 외교관 신분으로 3년 6개월 간 근무했으며, 앞서 현지에서 3년 간 어학연수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덴마크·스웨덴 공관 근무를 거쳐 영국대사관에서만 10년을 일했던 태 전 공사가 망명한 동기에 대해 당시 통일부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녀 문제가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결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조 전 대사대리보다 그의 자녀가 평양행을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잠적한 가족으로는 부인만 확인됐지만, 이탈리아 언론은 조 전 대사대리와 알고 지내던 자국 정치권 인사를 인용해 그가 자녀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외교관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자녀를 인질로 두는 관행이 있지만 조 전 대사대리는 자녀와 함께 이탈리아에 주재했다고 태 전 공사는 밝혔다.
그러나 북한 엘리트 계층인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은 체제와 무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부친이 외교관 출신이며, 장인도 백두혈통의 의전을 수행한 리도섭 주태국 북한 대사라고 한다. 그런 그가 본국에 송환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는 추측이다. 실제 북한 당국의 처벌이 두려워 북한으로 돌아가지 경우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동기가 대외적으로 공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가 대사 역할을 대리 수행한 만큼 북한 정권과 연계된 인물로 봐야 하며, 그런 만큼 망명 심사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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