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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

입력
2019.01.07 04:40
수정
2019.01.07 10: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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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심을 몰라주는 민심, 그것도 현실 

 다 잘하려 말고 승부처를 선택해야 

 다른 의견 경청해야 국민들도 안심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낙향,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시절인 2011년 2월 이영성 편집인(당시 부국장)이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문 변호사는 절제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분노마저 감추진 못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낙향,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시절인 2011년 2월 이영성 편집인(당시 부국장)이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문 변호사는 절제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분노마저 감추진 못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민심은 춤을 춘다. 하루아침에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날 헌신짝처럼 버리는 게 민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만 해도 그렇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승했을 때, ‘폐족(廢族)’이라고 처절하게 자책했던 친노의 맏형 문재인은 10년 만에 다시 집권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그것도 그냥 집권한 게 아니라 촛불혁명으로 명명되는 광장의 힘으로 사상 최대 표차로 이겼다.

촛불은 영원히 갈 것 같았다. 박근혜 정부의 무도함은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웠고, 그에 대비되는 문재인의 올곧은 이미지는 너무 뚜렷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에서 ‘20년 집권’이라는 오만한 얘기가 나와도 다들 그러려니 했을까.

그러나 희한하게도 친박의 그 누구도 진정으로 사죄하지 않았고, 자유한국당의 누구도 반성하지 않았지만, 민심은 서서히 역류하는 조짐이다. ‘우리가 잘해서’보다는 ‘상대가 잘못해서’ 판이 바뀌는 우리 정치의 속성이 재연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정권의 성쇠(盛衰)가 너무도 짧게 반복된다. 이명박 정권의 경우 대선 후 5개월 만에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도 압승했다. 당시 한 보수논객은 “진지하고 비장하게 작별을 고한다. 진보시대여, 안녕!”이라고 ‘진보의 조종’을 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파동, 노무현 서거 등이 겹치면서 불과 2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4곳만을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이런 역류는 현 집권세력도 이미 겪은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 2004년 총선에 임하는 모험을 감행, 탄핵 역풍에 힘입어 제1당이 되는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원칙과 공정, 분권의 가치는 끝없는 정쟁 속에서 빛이 바랬고, 급기야 2006년 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지사 중 겨우 한 곳만 차지하며 추락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그 기로에 서있다. 이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데 민심은 오히려 등을 돌리려 하고 있다. 한 전직 사무관이 집행되지도 않은 적자국채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보수언론과 야당이 반동세력으로 보일 것이다. 국민들이 외면하고 자신들을 믿어주길 바라는데, 거꾸로 귀를 기울이는 듯하니 섭섭하고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다. 문 대통령이 맑고 깊은 인격자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 문재인과 대통령 문재인은 엄연히 다르다. 국민들은 인격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을 잘하려 하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 집중해야할 승부처를 정해야 한다. 철인(哲人)의 통치라도, 그가 떠나면 그만이다. 제도를 남겨야 한다. 이미 수명이 다한 1987년 체제의 총체적 개헌은 정파적 이해 대립으로 어렵다. 그래서 임기 2, 3년만 지나면 레임덕이 시작하는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서 통치체제의 안정을 담보했으면 한다.

다른 하나는 소통과 인사다. 김대중 대통령이 첫 비서실장으로 구여권의 김중권을 택해 인재들을 널리 구했듯 진보라 할지라도 좀 더 넓게 사람을 찾았으면 한다. 두루 만나고 귀를 더 열면 좋겠다. 민주당 의원들을 한 달에 한 번 상임위별로 불렀으면 벌써 다 만났을 것이다. 측근들 빼고는 대통령과 그룹별 식사라도 한 의원은 거의 없다. 대선캠프에서 본부장으로 헌신했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협치의 기본인 야당과의 만남은 물어보나 마나다.

한쪽 얘기만 들으면 민심과 멀어지고, 민심이 떠난 자리엔 허망함만 남는다.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사람과도 대화하는 게 정치다. 그래서 김정은도 만나지 않는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온 몸을 던지듯 국내 정치에서도 다른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의외로 지혜가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런 모습에 안도할 것이다.

이영성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낙향,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시절인 2011년 2월 이영성 편집인(당시 부국장)이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문 변호사는 절제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분노마저 감추진 못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낙향,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시절인 2011년 2월 이영성 편집인(당시 부국장)이 찾아가 인터뷰를 했다. 당시 문 변호사는 절제된 모습을 보이려 애썼지만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분노마저 감추진 못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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