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ㆍ하버드대 연구팀, ‘항노화 진단 키트’ 개발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1월호 게재
아주 적은 양의 혈액으로 노화 진행 여부를 쉽고 빠르게 측정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ㆍ파킨슨병 등 노화로 인한 질병을 조기 진단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지금까지 노화와 항노화 여부를 분자 수준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이 없어 알츠하이머병ㆍ파킨슨병 같은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은 병이 악화된 뒤에야 진단할 수 있었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는 분당차병원, 미국 하버드대 의대, 생명공학연구원 등과 함께 노화 쥐(마우스)와 젊은 쥐의 혈액 내 분자들을 분석해 노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노화 쥐에게 ‘젊은 피’인 인간 제대혈(탯줄 혈액)의 혈장(플라즈마)을 투여한 결과, 뇌가 젊어지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결과는 분자영상진단ㆍ치료법 분야의 최고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ㆍImpact Factor 8.54)’ 1월호에 실렸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한 바이오ㆍ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팀은 유전체학부터 대사체학까지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OMICs 기법을 통해 3개월 된 젊은 쥐 그룹과 20~23개월 된 노화 쥐 그룹, 플라즈마(혈장) 처리된 20~23개월 된 노화 쥐 그룹 등 3개 그룹에 인간 제대혈 혈장을 주입해 항노화 정도(노화 쥐가 얼마나 젊어졌는지)를 살펴보는 전임상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간 제대혈 혈장이 투입된 노화 쥐에게서 학습ㆍ기억력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피 속에서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는 신규 바이오마커들을 발굴했고 이 가운데 AA(arachidonic acid)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노화와 항노화 정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진단키트인 ‘바이오센서(cMES; competitive magneto-electrochemical sensor)’도 개발했다.
cMES 바이오센서는 제대혈의 항노화 효과와 혈중 아라키돈산 농도 변화를 임상에서 바이오마커 AA를 빠르고 쉽게 측정할 수 있다. 특히 휴대 가능할 정도로 소형화했고, 민감도도 매우 높아 0.5㎕ 이하의 아주 적은 혈액만으로도 혈중 아라키돈산 농도를 1시간 30분 이내에 측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라키돈산 같은 저분자화합물은 질량분석기로 분석해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질량분석기는 분석에 전문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장비도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등 단점이 적지 않다. 현재 저분자화합물 분석에 가장 널리 쓰이는 효소면역정량법(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은 분석 시간이 길고, 고가의 흡광도 판독기가 필요하기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cMES의 장점은 여러 번 반복 측정이 쉽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측정을 통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노화 관련 질환의 발병 여부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문 교수팀은 전임상 동물실험에 쓰인 쥐의 cMES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젊은 쥐는 cMES 시그널(%MAX)이 20 이상이었고, 늙은 쥐는 10 이하에 불과했다. 그런데 cMES 시그널(%MAX)이 10 이하에 불과했던 늙은 쥐에게 인간 제대혈 혈장을 투여한 뒤 20 이상으로 늘어나 젊은 쥐 수준으로 향상됐고 4개월 이상 지속됐다.
문 교수는 “AA를 포함한 질병관 관련된 바이오마커들을 새로 발굴해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을 조기 진단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젊은 피 속에 많은 바이오마커들이 다량 함유된 천연물과 음식 등을 찾아 고령인이 많이 섭취한다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약물 하나로 노화를 멈추기는 어렵지만 다양하게 분화하는 줄기세포나 여기에서 나오는 성분들을 조합해 노화로 인한 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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