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학생 총투표를 진행해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로 했다. 1998년 총여학생회가 생긴 지 31년 만이다. 이로써 서울 시내 대학 중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사실상 '0'곳이 됐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78.92%로 총여 폐지 안건이 가결됐다고 4일 밝혔다.
재적생 2만4,849명 중 1만3,637명이 투표해 54.88%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1만763명(78.92%)이 찬성, 2,488명(18.24%)이 반대, 386명이 기권했다.
이번 투표 안건은 총학 회칙에서 ‘총여학생회장’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고, 총학 산하단체인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해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방안을 담았다.
투표 절차 등에 대한 이의제기를 24시간 동안 받은 뒤 이의 제기가 없는 경우 비대위원장이 다음날 총학 회칙 개정안을 공포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지난해 6월에도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 씨의 교내 강연 강행 등이 문제로 떠올라 총여 재개편 학생 총투표가 진행됐다. 이후 재개편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 총여 선거에서 선거본부 ‘프리즘’(PRISM)이 당선했고, 일각에서는 재개편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었다. 이에 재학생 2,535명이 총여 폐지에 대한 총투표를 요청했고, 학생 총투표가 진행됐다.
연세대 총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1곳도 남지 않게 됐다. 앞서 동국대는 지난해 치러진 총여 폐지 학생 총투표에서 찬성률 75.94%가 나와 총여가 폐지됐다. 성균관대도 지난해 학생 총투표 끝에 총여학생회 폐지를 의결했다.
총여 폐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진 것은 대학 내 성차별이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동국대에서 진행된 총여 폐지에 대한 학생 토론회에서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총여의 가장 큰 문제로 비민주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총여가 남학생이 내는 총학생회비로 운영되면서도 의사 결정에는 남학생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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