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국내 유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수장들의 의견을 들어본 신년 기획 4부작 인터뷰 연재가 4일 마무리됐다. 결산해보면 조언은 크게 세 가지다. 서둘러라. 하지만 낙관하라. 그리고 상상하라.
우선 서둘러라. 지난해 6월 초유의 정상회담 뒤 북미 간 비핵화ㆍ평화 협상은 교착 상태다. 견해는 일치했다. 올 상반기가 관건적 시기다. 하반기면 한미 모두 선거 준비기에 돌입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1월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2월 안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야만 협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회담이 불발될 경우 유예됐던 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될 테고, 그래서 북미 간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거라는 전망에서다.
동력을 유지하는 건 물론 이제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할 때라는 게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판단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이후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려면 비핵화 과정을 압축해야 한다”며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영변 핵 시설 폐기 논의를 상반기 내 시작해야 김 위원장이 공약한 ‘트럼프 1기 정부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낙관하라. 일단 비관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상대인 북한의 비핵화ㆍ평화 교환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백 소장).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이미 북한은 핵 포기가 전제인 21세기 생존ㆍ발전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더욱이 후진하기에는 북한이 너무 많이 나왔다(김 원장).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면 개방이 불가피하다. 지도자에 대한 내부 신뢰를 지탱하기 위해서도 비핵화 결정을 번복할 수 없는 형편이다(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게다가 회의(懷疑) 자체가 문제 해결에 해롭다는 게 수장들의 이구동성이다.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은 “협상이 교착한 지금이야말로 비핵화 회의론을 경계해야 할 때”라며 “회의론이 커질수록 협상에 대한 악영향이 커지고 그 결과 다시 회의론이 커지는 만큼 어떻게든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상상하라. 발상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채택했거나 여전히 견지하고 있는 △전략적 인내 △선(先) 핵 폐기론 △핵 신고 프레임은 실패한 접근 방식이다. 이에 통일연구원이 제안한 방안은 종전(終戰)선언을 건너뛰고 아예 다음 단계인 평화협정 협상을 개시하자는 파격적 구상을 담고 있다. 김 원장은 “평화협정 논의 시작만으로도 (북한을 유인할) 인센티브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이 가능한지도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좌우된다. 조동호 원장은 “중재자는 생각이 다른 양자 사이에서 제3의 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자”라며 “중간에서 말을 전하는 브로커 노릇에 그쳐서는 오해만 사기 십상”이라고 했다.
희망적인 청사진 일색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4곳 중 3곳이 국책연구기관이어서 인터뷰이들이 정부 지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테다. 그러나 마지막 냉전지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천재일우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새 국면이다. 인식은 냉정하되 발상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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