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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19년 블레이드 러너

입력
2019.01.04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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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만들어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82년 만들어진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을 난다. 핵전쟁으로 세계는 한차례 절멸 위기를 겪었고, 인류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우주 식민지를 개척한다. 인간은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노동을 대신할 새 인류를 ‘발명’한다. ‘넥서스6’이라 명명된 복제 인간이다. 아직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묘사들이다. 하지만 1982년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2019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 사람들은 37년 뒤 세상에서는 앞에서 열거한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리라.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인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는 1968년 쓰였고, 199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0년대에는 1990년쯤 되면 복제 인간이 위험천만한 일을 대신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와 SF소설이 앞날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SF는 종종 미래나 가상세계를 빗대 현실을 은유하고 비판하려 하는 게 원래 목적일 테니까.

□ ‘블레이드 러너’도 제작 당대의 세상을 여러모로 반영한다. 원작 소설이 쓰였을 때도 그렇지만 1980년대 인류는 냉전으로 인한 핵전쟁 공포 속에서 살고 있었다. 60년대 만큼은 아니어도 미국과 옛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은 치열했다. 영화에는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이 코카콜라를 광고하는 대형 화면이 등장하는 등 곳곳에 일본 이미지가 배치돼 있다.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미국 사회에 경제ㆍ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인의 우려를 엿볼 수 있다.

□ 미래보다 당대 세계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다고 하나 ‘블레이드 러너’는 지금 이곳의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 복제 인간은 인간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하고 지능까지 뛰어나 주로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한 노동력이나 전쟁 자원으로 소비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임에도 복제 인간은 태생적으로 ‘공산품’이기에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은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맞은 2019년은 어떨까. 똑 같은 일을 더 많이 하고도 돈을 덜 받거나, 법의 보호 없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내던져지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아직 너무나 많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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