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연석과 손호준이 tvN 새 예능프로그램 ‘커피 프렌즈’를 통해 카페 주인이 된다. 카페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는 좋은 취지다. 그러나 tvN ‘윤식당’ 등 연예인들이 장사하는 설정과 비슷해 ‘포맷 우려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커피 프렌즈’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인 박희연 PD와 유연석, 손호준이 참석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박 PD는 “두 분이 ‘커피 프렌즈’라는 커피차 이벤트를 통해 기부 행사에 몰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평소 연예계 절친인 유연석과 손호준은 지난해 3월부터 약 9개월 동안 커피 트럭을 운영하며 기부 프로젝트 ‘커피 프렌즈’로 모금 활동을 해왔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1,628만3,000원이라는 금액이 모였다. 두 사람은 모금액과 같은 액수를 더해 지난해 12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찾아 총 3,26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30대 젊은 배우들이 솔선수범해 기부 문화 확산에 동참하는 모습이 연예계에서 화제가 됐었다.
유연석은 “작년 이맘때 새해맞이 기부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며 “푸드 트럭처럼 직접 시민들을 찾아가서 기부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싶어 커피 트럭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들에게) 커피 한 잔 값으로 즐겁게 기부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방식을 “퍼네이션(fun과 donation의 합성어)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커피 트럭 대신 아예 제주도의 한 감귤 농장에 카페를 마련했다. 카페 운영도 메뉴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無) 정찰제’ 원칙을 내세웠다. 손님들이 음료나 디저트 등을 원하는 대로 주문하고, 스스로 가격을 책정해 지불하는 방식이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게 했다.
본격적인 카페 운영을 위해 유연석은 요리하는 셰프, 손호준은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로 변신한다. 손호준은 “기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석이는 요리를, 저는 커피 내리는 연습을 시작했다”면서 “장사는 진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하니까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의 도우미로 배우 최지우와 양세종도 나선다. 이후에는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배우 조재윤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기부 문화 확산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가 연출한 ‘윤식당’과 ‘강식당’에 이어 ‘국경없는 포차’, ‘현지에서 먹힐까’ 등 연예인이 음식 장사를 하는 익숙한 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식당’은 10%가 넘는 시청률로 tvN의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강호동의 ‘신서유기’의 외전으로 펼쳐진 ‘강식당’ 역시 시청률 5%가 넘으며 성공했다. 최근 중국에서 펼쳐진 ‘현지에서 먹힐까’도 시청률 4%대로 인기를 얻었다. 결국 시청률이 보장된 설정을 되풀이하는 ‘포맷 돌려막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더군다나 나영석 PD가 ‘커피 프렌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다.
박 PD는 ‘강식당’ 등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커피 프렌즈’가 브런치 카페라서 음식이나 커피, 음료 등이 있는 식당과 분위기가 비슷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연석 손호준이 기존에 하던 프로젝트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분명히 차별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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