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다음주 초 중국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벌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말 주요 20개국(G20) 회의 도중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 첫 대면 협상이다.
중국 상무부는 4일 오전 성명을 통해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7~8일 중국을 방문해 양국 정상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룬 중요한 공동 인식을 실천하기 위해 중국 측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 협상대표단의 방중 일정이 이날 오전 양국의 차관급 통화를 통해 확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무역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농업ㆍ공업 분야 무역, 비관세장벽, 지적재산권 문제 등으로 그룹을 나눠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 미국 측 협상 대표격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이달 하순쯤 만날 예정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상무부가 서둘러 일정을 공개한 것을 두고 중국이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보호 내용을 담은 새로운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마련했다. 중국 국영기업도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했다. 롄핑(連平) 중국 교통은행 수석경제학자는 SCMP에 “양측이 무역 분쟁을 해소할 의지가 있다”라며 “중국 입장에선 내수 성장 둔화로 압박을 받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정부의 보호주의적 태도를 완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이 중국의 첨단산업 개발 계획인 ‘중국제조 2025’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큰 만큼 당장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블룸버그에 “다음 주 협상이 최소한의 기대치를 설정할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당장 큰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에서 무역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3월1일까지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로도 양국은 수시로 통화하며 의견을 교환해 왔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양측 관료 간 통화에서 무역 불균형과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29일 시 주석과 통화한 후 트위터에 이를 공개하며 “협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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