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 전 원장은 검찰이 국정원 불법 댓글 조작 관련 수사를 한창 벌이던 2013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를 보고 받고, 이를 검증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이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접하고는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에게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국내 정보 수집부서장을 거쳐 송모 당시 정보관에게 해당 첩보를 검증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주요 혐의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서 전 차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를 검증하도록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하기도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남 전 원장이 혼외자 첩보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오히려 질책에 가까운 취지로 얘기를 했다는 점 등을 보더라도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혼외자 정보 수집이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첩보가 우연한 기회에 입수됐고, 채 전 총장의 주변 지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첩보 수집이 이뤄진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남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나머지 국정원 간부들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정보조회에 관여한 것으로 인정,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국정원 직원 문모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송모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혼외자 정보를 실제 조회한 김모 전 서초구청 팀장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 전 차장이 부하 직원에게 채 전 총장 뒷조사를 시켰다는 취지로 남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보고가 없었다고 판단한 재판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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