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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든 액체괴물, '슬라임'은 안전? “장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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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든 액체괴물, '슬라임'은 안전? “장담 못해”

입력
2019.01.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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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 세척액에도 붕소 함유…생식ㆍ발달 독성 우려 

지난달 20일 경기 군포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액체괴물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시중 유통 중인 액체괴물 190개 제품 중 방부제, 폼알데하이드,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 유해물질이 검출된 76개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경기 군포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액체괴물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시중 유통 중인 액체괴물 190개 제품 중 방부제, 폼알데하이드,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 유해물질이 검출된 76개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액체괴물’(액괴) 장난감에서 생식ㆍ발달 독성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집에서 스스로 만드는 액괴, 일명 ‘슬라임’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슬라임 재료인 소프트렌즈 세척액에도 문제가 되는 붕소 화합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액괴 30종을 구입해 분석한 결과 25개에서 붕소 화합물이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논문을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최근 발표했다. 한 제품은 붕소 화합물 함량이 2,278㎎/㎏에 달해 EU 기준치(㎏당 300㎎)의 7배를 넘었다. 25개 제품의 붕소 화합물 평균 함량은 1,005±626㎎/㎏으로 기준치의 3배를 웃돌았다.

붕소 화합물은 생식ㆍ발달 독성이 있어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어린이들이 이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생식독성 물질에 과다 노출되면 생식기능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발달독성 물질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괴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월과 10월 액괴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등)을 확인, 기준치 이상 포함된 제품들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이들 리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액괴에서 유해물질이 잇따라 검출되고 리콜 등 조치도 되지 않자 어린이들은 스스로 액괴를 만들고 있다. 시중에서 파는 액괴와 차별화해 주로 ‘슬라임’이라고 부르는데 액체 풀, 물, 소프트렌즈 세척액, 소다(탄산수소나트륨)가 주 재료다. 액체 풀과 물을 섞은 뒤 소프트렌즈 세척액을 넣으면 잘 달라붙지 않는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고 소다를 조금씩 넣어 단단함을 조절하는 식이다. 붕소 대신 소프트렌즈 세척액을 사용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확인한 결과 소프트렌즈 세척액에도 미량이지만 붕소 화합물이 들어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렌즈 세척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지만 다른 용도로 쓸 때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렌즈 세척액으로 만든 슬라임도 안전 무풍지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이기영 교수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렌즈 세척액 사용량이 달라 많이 넣을 수도 있고 쇳가루, 구슬, 색소 등 갖가지 재료까지 섞기 때문에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면서 “스스로 만드는 액괴(슬라임)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능한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30분 정도 갖고 노는 정도로는 건강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유해물질이 손을 거쳐 입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놀이 직후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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