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니어 그랑프리 3위 쾌거… 피겨 국가대표 선발전서도 1위
“프리 연기에 뮤지컬 시카고 음악… 베이징 올림픽서 금메달 딸래요”
‘피겨 여왕’ 김연아(29)는 2014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은반 위에 남아 있다. ‘포스트 연아’로 불리는 기대주 트로이카 임은수(16ㆍ한강중), 김예림(16ㆍ도장중), 유영(15ㆍ과천중)이 경쟁 관계를 형성하며 2020 베이징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세 명 중 한발 앞서가는 쪽은 임은수다. 2018~19시즌 시니어 무대에 처음 데뷔한 임은수는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대회에서 3위에 올라 2009년 김연아의 금메달 이후 한국 여자 싱글 선수로 처음 입상했고, 지난달 2019 국가대표 국내 선발전에서도 김예림과 유영을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달 27일 태릉 빙상장에서 만난 임은수는 “처음 시니어 무대를 뛰어 걱정도 좀 했는데, 생각보다 그랑프리 대회 때 잘했다”면서 “주니어 시절 경쟁했던 선수들보다 훨씬 경험이나 노하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 없이 자신 있게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여섯 살이던 2009년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반짝이는 의상에 매료돼 피겨를 시작한 임은수는 “실전에서 연습한 것만큼 결과가 나오면 뿌듯하다”며 “이번 시즌은 쇼트프로그램이나 프리스케이팅을 깔끔하게 한 적이 없어 남은 시즌 대회에선 ‘클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은수 앞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포스트 연아’, ‘연아 키즈’다. 우상의 이름이 따라붙는 건 영광스럽기도 하면서 부담감으로도 작용한다. 임은수는 “응원해주는 말들이라 좋지만 부담이 되기도 한다”면서 “최대한 신경 안 쓰고 내 것만 차근차근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한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만화 캐릭터 ‘꼬부기’다. 임은수가 연기를 마치면 관중석에서 꼬부기 인형이 쏟아진다. 임은수는 “인형이 포화 상태”라며 “집에 여기저기 널려있는데, 아직 보관할 공간이 남아있기는 하다”고 웃었다.
이번 시즌 임은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음악에 맞춰 검은 드레스를 입고 은반을 누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함과 성숙한 표현이 돋보인다. 김연아도 현역 시절 어두운 계열의 드레스를 입고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2014 소치올림픽 은메달의 영광을 이뤘다.
임은수는 “연아 언니를 비롯해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많이 보면서 표현력이나 점프 등 자기만의 노하우를 살펴봤다”며 “그들의 장점을 배우는 한편 나만의 색깔을 갖자는 계기도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니어 시절까지는 어리기도 해서 프로그램이나 의상 등에 의사가 반영된 적이 없었지만 이번 시즌엔 내 의견을 많이 냈다”며 “프리스케이팅 ‘시카고’ 배경음악은 많은 선수들이 은색 계열의 드레스를 많이 입지만 음악 느낌을 살리려면 검은 드레스가 더 좋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새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임은수는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라고 변화될 모습을 기대했다. 새해 소망도 온통 피겨 관련이었다. 그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경기들부터 잘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미국에서 계속 훈련하게 해주세요”라고 소망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점프 전문가’ 라파엘 아르투니아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임은수는 점프나 스핀, 스케이팅에서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을 들었다.
임은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올림픽 무대다. 2018 평창올림픽은 나이 제한(만 16세 이상)에 걸려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단지 유망주로 올림픽 갈라쇼에 섰을 뿐이다. 임은수는 “올림픽이 생각보다 큰 무대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나도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평창올림픽을 떠올렸다. 베이징올림픽 목표에 대해선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일단 한 시즌, 한 시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치르다 보면 올림픽도 다가올 것”이라며 “당연히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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