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법원 명령에 따라 독일에서 아이폰 일부 모델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과 특허권 침해 분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퀄컴이 독일 현지에서 진행 중인 법정 공방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면서 내려진 조치다. 애플은 중국 시장 상황 악화로 최근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겹치는 모양새다.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독일 법원에 13억4,000유로(약 1조7,14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납부하면서 앞서 내려진 법원의 판매 금지 처분이 실제 집행되기 시작했다.
퀄컴과 애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특허는 엔벨롭 트래킹(envelope tracking)으로, 휴대폰이 무선 신호를 송수신하는 동안 배터리 소모를 절약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애플이 코보라는 회사에서 공급받은 반도체를 아이폰에 사용하면서 이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침해 당했다는 것이 퀄컴의 주장이다.
퀄컴은 독일을 비롯해 중국 등 애플의 주요 판매국 법원에 특허 기술이 사용된 아이폰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지난 달 20일 독일 내에서 소송 대상 기술이 적용된 아이폰 7과 8에 대해 판매를 금지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다만 애플의 항소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실제 판매금지까지 이어질 지 관심을 모으던 중이었다.
하지만 퀄컴이 항소심에서 패배할 경우를 대비해 판매금지로 인한 애플의 손해를 보전해 주기 위한 거액의 보증금 지급을 완료하면서 판매금지는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이미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특허권 법적 분쟁’의 패배를 한 차례 맛본 애플이 일부 구 모델에 국한되긴 하지만 독일에서 실제 판매 금지를 당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더구나 중국의 경기 둔화,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 흐름, 화웨이 경영진 체포에 따른 중국 내 애플 불매운동 등 악재가 겹친 애플이 최근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심상치 않은 위기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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