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받은 특수활동비 일부를 뇌물로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 2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온다면 형량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4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안봉근ㆍ이재만ㆍ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2016년 9월 청와대로 건넨 2억원은 뇌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이 전 원장이 추석에 사용하라는 취지로 2억원을 전달했다”며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수수한 뇌물이라고 인정되고, 안ㆍ정 전 비서관이 방조범으로 가담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특활비와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매월 교부하던 1억원의 2배에 이른다”면서 “명절에 사용하라고 의례적으로 주고받기에는 고액이고, 국정원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2억원을 준 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앞서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 1심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36억5,000만원에 대해 국고손실만 유죄로 인정하고 뇌물수수는 아니라고 봐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방조와 국고손실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6월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350만원을 선고했다.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월을, 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 36억5,000만원을 상납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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