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더 불안... 식품첨가제 알고 먹자 
 우유첨가제 '검'은 유당 분해 
 우유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 
 딸기우유에 넣는 코치닐 색소 
 잉카제국서도 썼던 전통염료 
 와인엔 산화방지제 널리 쓰여 
아침 대용으로 마시는 ‘락토즈 프리’ 우유에는 유당을 분해해주는 ‘검’이라는 첨가제가 들어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침엔 우유 한 잔, 점심엔 패스트푸드’ 고 신해철의 노래 ‘도시인’의 가사는 바쁜 삶에 여전히 유용하지만, 그래도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우기엔 좀 허전하다. 그래서 식빵이라도 한 쪽 굽는다. 밀은 쌀과 달리 알곡을 그대로 먹을 수 없으므로 갈아 물을 더한 반죽을 부풀려 빵을 만들어야 한다. 효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미생물로서 당을 섭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반죽을 부풀린다. 와인과 마찬가지로 인류는 자연 속에서 효모와 빵의 발효의 상관관계를 발견했겠지만, 현대에는 공장에서 배양한 효모를 쓴다. 자연발효종과 비교하면 덜 민감하고 튼튼해서 발효가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대개 우유는 ‘락토즈 프리’, 즉 유당을 미리 분해해 소화가 잘 되는 제품을 마신다. 한국인의 75%가 유당불내증이라 우유를 좋아해도 마시고 속이 불편해질 수 있다. 

 우유 점도 강화해주는 ‘검’ 

한 우유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유당불내증은 세계인의 70%가 가지고 있으며 우유를 조금씩 마심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렇게 애를 써서 먹을 음식이 아니다. 우유의 설 자리가 사실상 없다시피 한 한국 식문화의 현실에서 유당이 미리 분해된 우유가 좀 더 보편화 되어야 한다. 어쨌든, 이런 우유에는 종종 ‘아라비아 검’과 같은 첨가제가 들어 있다. 대체로 ‘검(gum)’이라는 이름이 붙은 원료는 증점제, 즉 점도를 강화하는 첨가제이다. 점도라고 말하니까 끈적함을 연상하기 쉽지만 대체로 감촉, 즉 입과 혀에 닿는 느낌을 개선하는데 쓰인다. 아라비아 검은 이름처럼 아라비아고무나무의 분비액에서 추출하는 한편,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구아 검과 카라기난은 각각 콩과 식물인 구아와 해초에서 추출한다. 

식빵만 먹기는 좀 심심하니까 잼을 바른다. 딸기도 사과도 오렌지도 무화과도 좋다. 종류에 상관 없이 잼은 병 안에서는 뭉쳐 있다가 나이프로 한 덩이 떠서 빵에 바르면 부드럽게 펴지며 얇은 켜를 이룬다. 이처럼 잼을 마치 덩이처럼 적절히 잡아 주는 역할은 펙틴이 맡는다. 잼의 원료가 되는 과일은 대체로 펙틴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은근하게 끓이거나 졸이면 분해되어 점도가 올라가지만 대량생산의 맥락에서는 별도로 펙틴을 첨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과의 껍질 등을 끓여 추출해 분말 형태로 만든 펙틴은 제과제빵재료상 등에서 일반 소비자도 쉽게 살 수 있다. 잼은 물론이거니와 젤라틴과 더불어 젤리의 재료로 쓰인다. 우뭇가사리에서 추출한 양갱의 재료 한천과 더불어 돼지 껍질 등에서 추출한, 즉 동물성 재료인 젤라틴의 대체로 쓰인다. 다만 질감이 사뭇 다르다. 한천은 메밀묵처럼 탄력이 없고 이에도 저항하지 않는다면 펙틴은 그보다 조금 더 씹는 맛을 내주고, 젤라틴은 결과물이 좀 더 탱글탱글해진다. 요즘은 건강을 추구한다며 지방을 완전히 들어낸 요거트 등에 젤라틴을 첨가해 감촉과 몽글몽글함 등을 강화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젤리에 가까운 요거트인 것이다. 

각종 과일 잼에는 점도를 높여주는 팩틴을 첨가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베이컨 등 가공육에는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간다. 게티이미지뱅크
 붉은 가공육의 비밀, 아질산나트륨 

대체로 현대인에게 아침과 점심 사이의 간격은 짧고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격은 길다. 그래서 아침 식사 후 간식 없이 바로 점심을 먹는다. ‘도시인’의 가사에 더 충실 하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밥, 국, 김치를 다루는 한식 식당은 줄이 대체로 길고 잘 줄어들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 패스트푸드인 핫도그를 먹는다. 가공육인 소시지에는 전통적으로 아질산나트륨을 쓴다. 비단 소시지뿐만 아니라 베이컨, 햄 등 가공육 전체에 쓴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대량생산 식품의 사정이라 여기기 쉽지만 사실 소규모 생산자(아티장)도 ‘큐어링솔트’라는 이름으로 아질산나트륨을 쓴다. 종종 집에서 베이컨이나 파테 등을 만드는 나의 찬장에도 ‘분홍 소금’이라는 이름으로 아질산나트륨이 항상 구비되어 있다. 흔히 생산 과정에서 보툴리누스 균의 발생을 억제하는, 즉 방부제로서의 역할을 맡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질산나트륨은 가공육 특유의 생기 있는 분홍 혹은 붉은색에도 관여한다.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든 회색을 띠는 고기가 가장 맛없어 보인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서양의 시각에서 보면 아질산나트륨은 가공육에서 빠질 수 없는 원료이다.

요즘에는 아질산나트륨이 유해한 물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일단 준수해야 하는 법적 기준(0.07㎎/㎏)이 시금치나 샐러리 같은 채소를 통해 섭취하는 양(1.1-57㎎/㎏)보다 적다. 게다가 ‘아질산나트륨 무첨가’라 광고하는 ‘더 건강한’류의 가공육은 샐러리추출물 등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더 ‘천연’ 재료 같은 느낌을 주는 첨가제를 써 만든다. 냉장 유통 등의 발달로 역할이 줄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에도 필요한 첨가물이다. 아질산나트륨 탓에 불안하다면 차라리 가공육 자체를 먹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이다. 

쿠키를 만들 때 넣는 베이킹 소다는 반죽을 퍼트려주는 팽창제 역할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쿠키와 딸기우유에는 소다와 색소 

지루하고 출출해지는 오후 서너 시쯤에는 탄수화물 간식이 당긴다. 오늘은 초콜릿칩 쿠키와 딸기우유를 선택한다. 빵류가 효모의 신진대사를 활용한 발효로 반죽을 부풀린다면 쿠키 즉 과자류에는 시간을 덜 잡아 먹는 화학팽창제를 쓴다. 탄산수소나트륨, 중탄산나트륨 등이 ‘본명’이지만 베이킹소다로 불리고 레몬즙과 같은 산에 반응해 나오는 이산화탄소로 반죽을 부풀린다. 한편 베이킹소다에 산(주석영, cream of tartar), 옥수수 전분 등을 더하면 베이킹파우더가 되는데, 둘의 성질 및 역할은 조금 다르다. 전자는 반죽을 수평으로 퍼트리고 후자는 수직으로 부풀린다. 따라서 서로 대체재가 될 수 없으며 많은 경우 둘 다 써서 수직 및 수평을 골고루 발달시킨다.

‘딸기 없는 딸기우유’라는 비아냥이 있듯 사실 딸기, 초콜릿, 바나나 우유 등은 대체로 ‘환원유’이다. 우유에서 수분을 없앤 가루, 즉 분유에 물과 착향료 등을 타서 다시 우유처럼 만들기에 붙은 이름이다. 이와 더불어 딸기우유에는 전통적으로 코치닐 색소를 써 왔다. 이름처럼 코치닐(연지벌레)에서 추출하므로 ‘그렇다면 벌레우유인가?’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적어도 기원전 2세기부터 써 왔으며 아즈텍과 잉카제국의 염료이기도 한, 인류와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색소이다. 다만 젤라틴이 펙틴이나 한천으로 대체되듯 동물성 식재료를 먹지 않는 이들을 위해 요즘은 토마토에서 추출한 라이코펜 등으로 대체된다.

부위마다 서로 원산지가 다른 것은 ‘고기풀’ 역할을 하는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를 넣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입산 고기와 국산 뼈를 붙인 돼지갈비 

쿠키와 딸기우유로 오후를 그럭저럭 버티고 하루 일과를 마쳤다면, 그리고 아침과 점심으로 우유와 빵, 핫도그 등을 먹었다면 저녁은 돼지갈비라도 구워서 먹어야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을까. 그리하여 식탁에 앉아 불판을 올린다. 돼지갈비의 세계는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고기는 칠레 등 수입산인데 뼈는 국산인 경우가 허다하다. 각각 다른 원산지의 고기와 뼈를 합쳐 ‘프랑켄 돼지’라도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걸까? 조금 징그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다만 산 돼지로 만들거나, 프랑켄슈타인처럼 돼지를 다시 살려내지는 않는다. 육가공의 일환으로 고기와 뼈, 또는 더 나아가 고기와 고기를 말 그대로 ‘붙이는’ 공정이 가능해진 지 오래이다. ‘액티바’ 등의 상품명으로 팔리는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는 효소로서 단백질 사이의 결착 혹은 접착을 맡는다. 문자 그대로 ‘고기풀’인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흰살생선으로 게맛살 등을 만들 때 쓰인다고 하지만 요즘은 레스토랑의 세계에도 자리를 잡았다. 힘줄이나 지방 등을 제거한 뒤 붙여 다시 한 덩어리를 만들거나, 아예 다른 부위 혹은 다른 동물의 살을 붙여 새로운 고기를 만드는데 쓰인다. 

돼지갈비를 구웠는데 반주가 없다면 말이 안 된다. 여느 술도 아닌 소주라야 그림이 산다. 보편적인 희석식 소주의 들큰함은 대체로 스테비오사이드라는 대체 감미료가 맡는다. 좋든 싫든 설탕이 감미료의 중심이므로 대신 쓰이면 ‘대체’ 감미료인 것이다. 이름이 말해주듯 풀인 스테비아에서 추출했는데, 그나마 자당 즉 설탕과 맛이 흡사하면서도 300배나 단맛이 강하며 칼로리가 낮다. 말하자면 설탕보다 싸면서도 효과가 좋아서 쓰인다. 스테비오사이드와 더불어 많이 쓰이는 대체 감미료로인 아스파탐은 주로 막걸리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대체 감미료는 설탕과 또 다른 결로 유해하다는 혐의를 받는데, 그걸 따지기 이전에 설탕과 비교하면 깨끗하지 못한 단맛이 일단 단점이다.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에는 맛과 모양을 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게티이미지뱅크
 첨가물 집결체는 케이크 

고기를 먹었다면 디저트는 2차에 걸쳐서 먹는다. 1차 디저트는 고깃집에서 먹을 수 있다. 냉면 말이다. 양도 그렇고 새콤달콤한 국물이 식사보다는 디저트에 가까운 고깃집 냉면에는 효모 추출액이 첨가된 동치미 엑기스로 감칠맛을 낼 수 있다. 얼핏 낯설다 느낄 수도 있지만 영국, 호주에서 '전통 음식’으로 통하는 마마이트, 베지마이트 등의 주원료로 쓰이는 등 국물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보편적인 조미료이다. 한편 2차는 진짜 디저트, 즉 케이크를 먹는다. 제과제빵의 세계에서도 특히 케이크는 첨가물을 비롯한 식품공학 및 기술의 집결체이다. 밀가루와 설탕, 두 가루로 맛을 내는 한편 모양도 잡고 색도 내야 하므로 지금까지 살펴본 첨가물이 거의 다 쓰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효모로 발효도 시키고 베이킹소다와 파우더로 부풀리며 젤라틴이나 펙틴, 한천 등으로 굳히고 식용 색소로 색도 낸다. 그만큼 인위적인 음식이므로 첨가물 자체를 꺼린다면 제과제빵의 세계와는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디저트 와인에는 산화방지를 해주는 무수아황산이 널리 쓰인다. 게티이미지뱅크

단맛 위주의 케이크에는 쓴맛으로 균형을 잡아주며 지방도 녹여주는 커피나 차 종류도 좋지만, 아예 단 음료로 ‘좀 더 나가는’ 짝짓기도 고전이면서 잘 어울린다. 디저트 와인, 우리에게는 이미 ‘모스카토 다스티’로 낯익은 세계이다. 일단 도수가 일반 와인(약 12도)의 절반 이하로 낮아 부담이 없고 단맛뿐만 아니라 상큼한 신맛과 과일향도 품고 있을뿐더러 기포가 디저트의 무거움도 덜어줄 수 있다. 이런 와인의 세계에서는 산화방지, 즉 술이 초로 변질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한 첨가제인 무수아황산(혹은 아황산나트륨)이 널리 쓰인다.

몇 주 동안 자가 요리의 맥락에서 식재료를 소개하면서 피로를 느꼈다. 언제나 밥만 해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에 오늘은 손을 전혀 쓸 필요가 없는, 하지만 알아두면 선택에 도움이 될 식품첨가제를 일상적인 식생활의 맥락에 얹어 소개했다. 의심이 기본 정서인 현대 식생활의 세계에서 첨가물이란 존재 자체만으로 미심쩍어 보일 수 있지만, 덮어 놓고 두려워하거나 피하기 전에 각각의 사정, 즉 근원과 역할 등을 조금은 알아두는 게 각자가 찾으려는 맛의 여정에 더 보탬이 될 수 있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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