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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25> 남아공과 나미비아 가르는 오렌지강

입력
2019.01.04 17:00
수정
2019.01.04 18:5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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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경이기도 한 오렌지 강. 구글이미지 캡처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경이기도 한 오렌지 강. 구글이미지 캡처

오렌지강은 아프리카 대륙 남부를 가로지르는 길이 2,200㎞의 긴 강이다. 드라켄즈버그 산맥에서 흘러나온 이 강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나미비아 사이에서는 약 600km 국경도 이룬다. 강 자체가 국경선이기 때문에, 두 지역을 나누는 정확한 경계선 획정이 늘 문제였는데 1990년 나미비아가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반대해 독립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본격화 했다. 나미비아 정부가 “국경을 강 북쪽이 아닌 중간지점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제사회에서는 강이 국경을 이룰 경우 강 중간을 경계로 삼는다. 강의 북쪽과 남쪽 중 어느 쪽을 국경으로 지정하는지에 따라 영토의 크기, 강의 소유권 등 양국에 돌아가는 실익이 달라져서다. 그러나 오렌지강만은 예외다. 1890년 제국주의 시절 이 지역을 통치했던 영국과 독일이 아프리카 ‘헬골란트-잔지바르’ 조약을 맺으면서 나미비아 의사와 상관없이 양국의 경계를 강 북쪽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남아공은 국경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1961년 영국의 제국주의에서 벗어나, 오렌지강을 차지하게 된 남아공은 강을 통해 각종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농업용수를 끌어다 쓰고, 수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만들었다. 오렌지강 충적층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부터는, 강 주변에는 상업용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광산도 생겨났다. 이처럼 자국경제에 핵심적인 오렌지강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남아공이 집착하는 만큼 나미비아도 국제사회 기준에 따라 국경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자국 헌법과, 1991년 독립 직후 남아공이 국경선을 오렌지강 최심하상선(하도의 가장 깊은 곳을 따라 연결한 선)으로 옮길 것을 약속한 사실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남아공은 협상의 세부조건인 어업, 광물 채굴 등에 대한 권리를 두고 양국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헬골란트-잔지바르 조약에 의한 국경선이 유효하다고 반박한다.

오렌지강 분쟁은 120년 간 지속되고 있지만, 남아공과 나미비아 모두 외교상 일급비밀로 취급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2013년 남아공의 마이테 은코아나 마샤바네 외무장관이 협상 차 나미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언론에 어떤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1994년에는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과 샘 누조마 나미비아 대통령이 “국경지대 주민들 모두 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신사협정을 맺으면서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후로도 국경 분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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