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적 의견차이일 뿐”… 심장질환 등 건강 문제도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취임 1년도 안돼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대법원 재판부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원을 대표해 사법농단 사태를 수습하는 역할을 맡으며 정신적 고통이 컸던 점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안 처장은 3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이 많이 들어, 1년이지만 평상시 2년보다 훨씬 길었다”며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며 사의를 공식화했다.
작년 1월 대법관에 임명된 안 처장은 전임 행정처장인 김소영 당시 대법관이 6개월 만에 사의를 밝히면서 같은 해 2월1일부로 행정처장에 임명됐다. 법원행정처장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중 한 명이 겸직한다.
당시는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한 법원 차원의 2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로 사법부를 향한 법조계 안팎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시점이었다. 안 처장은 사법농단 사태의 진원지인 행정처 수장을 맡은 데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단장이라는 중책까지 떠맡았다.
이후 작년 한해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특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해법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여러 차례 견해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안 처장은 작년 5월 특조단장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형사 처벌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이를 뒤집었다. 검찰 수사 이후엔 특조단이 부실조사를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며 안 처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건강문제도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 전부터 심장질환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진 데다 작년 11월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앞두고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법원 내부에선 안 처장이 ‘연말’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작년 말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행정처가 폐지되면 안 처장은 대법관 업무로 복귀하게 된다. 법원 관계자는 “사법행정조직 개편 작업이 해를 넘기면서 더 이상은 처장직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이날 “기본적으로 재판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맡을 때부터 이것(행정처장직)을 안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고 (취임 후에도)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법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으셨다”는 말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열린 분으로 세부적인 의견차이를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안 처장 사의를 받아들여 후임 처장을 임명한다는 방침이다. 후임 처장에는 변호사 출신인 조재연 대법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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