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김용옥의 손을 잡고 생애 첫 TV쇼인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통해 또 다른 매력과 재미를 선사할까.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는 KBS1 지식 버라이어티쇼 ‘도올아인 오방간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유아인과 도올 김용옥이 참석했다.
오는 5일 첫 방송되는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총 12회에 걸쳐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하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앞서 배우 유아인의 생애 첫 TV쇼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생각지 못한 유아인-도올 김용옥의 조합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도올 김용옥은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설교를 하지 마라’가 첫 주문인 것 같다”며 “그러나 아무래도 한 세기 동안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역사적 지식에 대한 소스는 제가 가지고 있겠지만 강의를 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아인이와 충분한 토론을 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전달, 아인이가 소화한 형태로 젊은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제 역할은 그 정도인 것 같다”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유아인은 “유아인이라는 인물이 .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이 방송에서 도올 선생님과 함께하며 어떤 의미 있는 순간들을 보여드리고 있고 의미 있는 담론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어떤 시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역할을 맡았다”며 “익숙한 그림은 아니겠지만 선생님과 제가 함께하는 순간들이 세대를 넘어, 영역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그 고민들이 너무 멀지 않고 삶과 가까이서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은 이날 직접 유아인에게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용옥은 ““유아인을 만나게 된 것은 영화 ‘버닝’을 보고 제가 감명을 너무 크게 받았기 때문이었다”며 “이창동 감독님과는 제가 워낙 평소 교류하는 분이기 때문에 그 분과 만나서 ‘버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참 특이한 인물이구나. 어떠한 배우로서 연기뿐만 아니라 내면의 무언가를 표현가고 싶은 내면적 충동이 가득 찬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게 됐고, 본인이 나를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왔다”고 첫 만남에 대해 언급했다.
또 “우리 집은 밥이 맛있는데 (유아인이) 그 소박한 밥에 반해버렸다. 저에게 ‘이렇게 독특한 순수한 우리 쌀밥을 저에게 주시냐’더라. 거기서 내가 또 반했다. 다른 음식이 아니라 흰쌀밥의 맛을 느낄 줄 안다는 건 대단한 경지다. 그래서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라고 말한 김용옥은 “그러던 중 KBS에서 저에게 이런 부탁이 왔다. 처음에는 저에게 강연 프로그램을 하자고 했는데 저는 유아인과 함께 해보면 나의 메시지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두 사람이 동반 출연을 추진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또 “배우로서 업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게 헌신적인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인이에게 직접 전화해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안 나오면 죽는다’고 집에 모셔놓고 협박했다. 간신히 설득해서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됐고, 하다보니까 기존의 형식이 없으니까 서로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은 “저 역시도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고민이 많은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앞으로 나의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입장에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냐는 고민의 과정 속에서 도올 선생님을 뵙게 됐고, 선생님께서 특별한 제안을 주셨다”고 출연 계기를 덧붙였다.
이어 유아인은 “명확하진 않지만 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TV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동안 저에게 큰 사랑을 보내주셨던 대중 분들에게 새로운 역할, 보다 인간적인 역할을 통해서 함께 답을 구하는 과정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유아인은 “선생님께서 굉장히 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데 저는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어떤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을까를 깊게 고민하면서 보다 젊고 일상적인, 거리의 목소리로 선생님의 고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고 프로그램 내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그에 대한 노력을 전했다.
또 도올 김용옥은 유아인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남다른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도올은 “아인이의 반론이랄까. 그건 아주 간단한 거다. ‘선생님 그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고, 그것이 말씀하시는 바는 상당히 정의롭고 좋은 건데. 그래서요?’다. ‘젊은 애들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인거다. ‘젊은이들이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데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 하셔야죠’라고 하더라”며 “저 역시 그런 부분이 고민스러운 문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사실 아인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내가 깊게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다 싶었다. 멀리 생각 하지 않아도 아인이 하나를 내가 깊게 이해하고 이 사람이 추구하는 무언가, 그 메시지를 허심탄회하게 나를 비우고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합이 시원하게 맞을 순 없지만 선생님처럼 저와 나이차이가 나는 어른과 함께 처음으로 시간을 보내보면서 제 인생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며 “불편한 격식을 벗어버리고 함께 소통하는 그 순간 자체가 특별한 것 같더라. 이 프로그램에서 선생님과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는 과정. 그 순간이 무엇이 됐던 굉장히 실험적이고 그 실험의 의미가 굉장히 가치 있게 전달될 수 있겠다 싶었다. 새로워서 좋은 게 아니라 새로운 것들이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고, 우리가 한 명의 개인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까지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중이다. 말씀은 이렇게 드렸지만 굉장히 재미있으실 거다”라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은 또한 유아인에 대해 “(유)아인이가 저에게 실존적인 것을 묻는다. 젊은이들답게 집요하게 실존적인 것을 묻는데, 그게 아주 고맙다”며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주는구나 하는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올은 “저보다 아인이가 더 현재의 대중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대중문화의 주역인데, 그런 배우가 이런 자리에 나온다는 게 쉽지 않다”며 “이런 사람들이 이제는 사회에 의미를 던져 주는 존재로 나아간다는 게 의미가 있었다. 해외에는 이미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도 이제 그런 단계로 뛰어넘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고 아인이가 그런 대표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 한다”며 유아인을 극찬했다.
이에 유아인은 “저는 그다지 젊은이들을 대변할 만한 수준도 아니고, 권능도 없다. 저 역시 일반적인 사람일 뿐이다”라며 “제 솔직한 모습, 제 삶속의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 그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여러분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길 바란다. 그간 배우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렵지만 이 과정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많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겸손한 생각을 덧붙였다.
‘도올아인 오방간다’에는 도올 김용옥, 유아인 외에도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이수자인 소리꾼 이희문이 함께하며 색다른 무대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세 사람의 조합만으로도 아주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세 사람의 케미가 얼마나 멋있게 이뤄지느냐를 보여드리며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도올 김용옥의 말처럼 ‘도올아인 오방간다’가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울림을 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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