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 지원 사업에 선정돼 교육부 지원을 받는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이 연구비 수백 만원을 부정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했던 교수가 부적합 논문을 제출하는 등 연구 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HK 지원 사업은 인문학연구소 육성을 위해 한국연구재단이 연간 최대 17억원을 대학에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연구비 집행에 관한 사항’ 문건에 따르면, 해당 연구원은 HK 지원 사업에 선정된 2011년부터 학술연구비 540여만원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회의가 열린 시간에 △강의 △국내외 출장 △휴가 중이어서 참석할 수 없던 사람까지 허위로 참석했다고 12차례 기재해 총 255만7,000원을 받아냈다. 별다른 사정 없이 회의에 불참한 사람도 참석한 것처럼 속여 9회에 걸쳐 106만원을 부적절하게 타냈다.
실제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출장비 역시 허위로 청구됐다. 쌍방교류를 맺고 있는 해외 대학 연구원이 한국을 방문하면 연구원 측이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경희대 연구원 교수들이 해당 지역을 방문하면 숙식을 제공받는다. 해외 출장 시 숙식비가 필요하지 않은 것. 하지만 연구원 측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 숙식비 183만여원을 타냈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회의비와 출장비로 ‘당긴’ 돈은 대부분 술자리에서 사용됐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내부 고발로 2017년 한국연구재단 감사에서 적발돼 환수 조치됐다.
‘나랏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연구에 대한 감시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구원 공동연구원인 L 교수는 HK 사업의 지원을 받아 2016년 3월 한 학회지에 중국 푸젠(福建)성 지역문화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문제는 표절 여부 확인 프로그램 ‘턴잇인(Turnitin)’ 유사도 검사 결과, 해당 논문이 같은 해 2월 제출된 전남대 학생 보고서와 50%의 유사도를 보였다는 것. 또 중국 푸젠성 지역 관광자원만을 다뤄, ‘환동해 지역 관계망 연구’라는 연구원의 본 연구 주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각종 문제제기에 대해 L 교수는 “해당 논문은 이미 2016년 1월 다른 학회지에 투고한 증거가 있고 다른 논문 유사도 측정 프로그램에서도 표절률이 3%로 나와 표절이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표절 의혹 대상인 전남대 학생 것보다 본인 논문이 앞섰기 때문에 표절 여부를 두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 또 “푸젠성 지역은 중국이기 때문에 연구 주제에서 동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비 부적절 집행은 행정 직원의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직원과 당시 연구원장이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라며 “당시 감사과정에 성실히 응했고 감사결과를 충실히 이행 완료했다”라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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