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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과학] 남극 빙하 붕괴 연구 위해 바다표범에 센서 붙이다

입력
2019.01.04 11:44
수정
2019.01.04 17:4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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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주목 한ㆍ미ㆍ영 공동연구

한국과 미국, 영국 연구진은 센서를 부착한 바다표범, 자율주행 무인잠수정, 쇄빙선 아라온호 등을 이용해 남극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네이처 제공
한국과 미국, 영국 연구진은 센서를 부착한 바다표범, 자율주행 무인잠수정, 쇄빙선 아라온호 등을 이용해 남극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네이처 제공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과학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상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뽑은 2018ㆍ2019년 10대 뉴스를 보면 지구가 직면했거나, 그간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도전을 엿볼 수 있다.

사이언스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18년 10대 과학뉴스’에는 희귀병 치료와 과학수사, 인류의 기원 등과 관련한 여러 연구결과가 선정됐다. 1만2,000명 이상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선 배아(정자ㆍ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의 발생과정을 시간대 별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가장 많은 표(35%)를 받아 1위에 올랐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열대어인 제브라피시의 배아가 25개의 세포로 발생하는 과정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사이언스는 “인간의 세포가 일생동안 어떻게 성장하는지, 조직이 어떻게 재생되는지, 질병에 걸린 세포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의문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인간의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84%가 제브라피시에서도 발현된다.

2위는 30%의 표를 받은 RNA간섭 약물이 선정됐다. RNA간섭은 몸에서 여러 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합성 과정에서 설계도 역할을 하는 메신저RNA(mRNA)를 선택적으로 분해해 특정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RNA간섭 약물은 단백질에 작용하는 기존 바이오 의약품과 달리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표적 치료가 가능한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초의 RNA간섭 약물인 ‘온파트로’에 대한 판매를 승인했다. 이 약은 희귀 유전병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은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트랜스티레틴)이 분해되지 않고 계속 축적돼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3, 4위 연구는 지구에서 약 350조㎞ 떨어진 천체(블레이저)에서 나온 중성미자 관측(23%)과 초파리의 뇌 신경계 모습을 3차원(3D)으로 나타낸 연구결과(12%)가 각각 선정됐다. 초파리의 뇌 신경회로는 인간의 뇌를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성미자는 모든 물질을 뚫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서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유령 입자’라고도 불린다. 이외에도 그린란드에 떨어진 빙하기 운석 발견, DNA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과학수사로 미제 사건 해결,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3세 소녀(데니소바 11) 화석 발굴 등이 주요 연구성과로 꼽혔다.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할 과학이슈에는 국내 연구진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과 미국, 영국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남극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 문제에 대한 탐사에 나선다. 이 빙하는 현재 붕괴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 플로리다주(州) 크기의 빙하가 붕괴할 경우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2022년까지 진행될 탐사비용은 800억원(한국은 200억원 부담)이다. 한국 연구진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연구에 나선다. 자율주행 무인잠수정과 센서를 부착한 바다표범도 활용된다. 이와 별도로 유럽 연구진은 올해 말 남극 빙하를 뚫어 150만 년 전 공기를 담은 얼음을 찾는 시추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성공하면 고대 지구의 대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지구 곳곳에 심각한 자연재해를 몰고 오는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공학 실험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다. 지구공학은 인류의 필요에 맞춰 지구의 환경을 대규모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빛을 반사하는 탄산칼슘 미세입자 100g을 성층권에 살포한 뒤 태양광선 반사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네이처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공학 기술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막대한 정부 투자를 등에 업은 중국 과학계의 급성장도 주목할 부분이다. 네이처는 올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연구개발(R&D) 투자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9월부터는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텐옌’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이 12억 위안(약 1,960억원)을 들여 2016년 완공한 이 망원경은 지름이 500m에 달한다. ‘하늘의 눈’이란 뜻의 텐옌 망원경은 최대 137억 광년 밖의 전파도 탐지할 수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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