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교실증축 공사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으나 교사와 학생의 침착한 대응으로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무사히 대피했다.
평소 지진과 화재 모의훈련을 통한 충분한 학습으로 안전하게 화재 현장을 빠져 나온 것이다.
이날 오전 9시 32분께 천안시 서북구 차암초등학교 교실 증축공사 현장에서 불이 났다. 공사현장 1층에서 시작된 불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건물 위쪽으로 올라갔다.
소방당국은 타 시ㆍ도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 단열재 등이 많아 유독가스가 학교 전체를 뒤덮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난지 40분 만인 오전 10시 11분께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화재 당시 학교에는 유치원을 포함해 1교시 수업중인 42학급 850여명의 학생과 교사, 교직원 등 모두 910명이 있었다.
화재현장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본관 건물과 10m가량 떨어져 있고 본관 건물과 복도 형식으로 연결돼 있었지만 다행히 불이 옮겨 붙지 않았다.
불이 나자 이 학교 김은숙(57) 교감은 각 교실과 연결된 방송용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학교 증축공사장에 불이 났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후문으로 대피해 주세요”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학생들이 지진이나 화재 모의훈련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반복한 것이다.
행정실 직원들은 소화 비상벨을 누르고 5층까지 뛰어 올라가 교실을 돌면서 불이 난 사실을 알리고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유도했다.
학생들은 모의훈련 때처럼 교사들을 따라 교실을 나와 인근 아파트 지하의 커뮤니티센터와 도서관으로 몸을 피했다. 불 난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업을 받던 지체 장애 학생도 사회복무요원의 품에 안겨 4층에서 무사히 내려왔다.
이 학교에 두 아이를 보낸 한 학부모는 “집에서 학교가 활활 타는 것으로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며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말했다.
차암초교는 인근지역에 아파트가 대규모로 들어서 학생수가 급증하자 올 2월 준공목표로 지난해 4월 16실을 증축공사를 시작했다.
이날 화재현장을 방문한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즉시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교육청은 우선 화재건물의 구조안전진단 실시와 함께 9일부터 예정된 방학을 4일로 앞당기고 겨울방학 돌봄 교실, 새 학기 학생배치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또한 화재로 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 심리안정화를 위한 학생심리지원 선별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학교 증축을 맡은 시공사는 지난해 6월 세종시에서 화재로 3명이 숨지고 37명이 중경상을 입은 주상복합아파트의 시공을 맡은 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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