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9일 정부는 3기 신도시 구상안을 발표했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등 서울과 30분 이내 거리에 총면적 100만㎡가 넘는 주거단지 4곳을 조성해 12만2,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발표는 청약조건 강화, 보유세 인상이라는 수요억제 대책(9ㆍ13대책)과 시너지 효과를 유발해 서울ㆍ수도권 집값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3기 신도시는 서울 경계에서 2㎞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1, 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깝다는 강점이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등이 확충되어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기 신도시가 교통수단 미비로 출퇴근 교통지옥을 연출하며 서울 주택 수요를 제대로 분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3기 신도시는 매력적인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은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시 내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만들고, 공원 등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를 유치원 및 학교 인근에 집적시켜 통학 안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기존의 물량 공급식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누구나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은 직주근접의 한국형 스마트도시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낮은 주택가격, 쾌적한 출퇴근, 공공지원형 아이교육, 수준 높은 도시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젊은 도시인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이생망’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번 생(生)은 망(亡)했다’라는 의미다. 사교육을 전전하며 힘들게 대학에 입학했지만 신입생 때부터 취업준비에 뛰어 들어야 한다. 좁은 취업문을 통과해도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출산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렇다 보니 내 집 마련은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는 ‘이생망’이라는 은어가 떠돌게 된 것이다.
분당, 일산으로 대표되는 1기 신도시가 고도성장시대를 주도했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거문제에 기여했듯이 3기 신도시는 저성장ㆍ고령화ㆍ인구감소라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이생망’ 세대의 내 집 마련에 희망을 주는 해방구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개발전략이 필요하다. GTX 3개 노선 중 2개는 2021년에나 착공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자칫 도시 개발 자체가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생산 거점과 인프라 조성 없이 시간에 쫓겨 집만 짓는 베드타운형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젊은 도시인들이 살고 싶어하는 개성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판교가 성공한 것도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직장과 주거 근접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는 기존의 물량 공급식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누구나 아이를 키우며 살고 싶은 직주근접의 스마트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소프트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데는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지혜와 정부의 일관된 정책추진이 필수다. 첫 삽도 안 뜬 GTX 청사진이나 내건 채 고층 아파트만 세워 올린다고 젊은 도시인들의 발길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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