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최근 3년 동안 전국 165곳의 습지가 사라지거나 면적이 줄어드는 등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생물의 보고인 습지는 땅 위나 물 속과는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생물이 살고 있어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자연자원총량제 도입 추진 등 습지 보존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습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74곳의 습지가 소실되고 91곳은 면적이 감소했다고 3일 밝혔다.
훼손이 확인된 165곳의 습지 중 90%(148곳)는 논, 밭, 과수원 등 경작지로 이용하거나 도로와 같은 시설물 건축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초지나 산림으로 변한 경우는 10%(17곳)에 불과했다.
예컨대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문호천 수대울 하천습지의 경우 2013년에는 원시 자연적인 상태로 잘 보전되어 있었으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하천정비 사업 후 나대지(빈땅)으로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소실된 습지 74곳 가운데 경기가 23곳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21곳), 강원(13곳), 전라(12곳), 제주(3곳), 경상(2곳)의 순으로 나타났다. 면적이 감소된 습지 91곳은 전라가 52곳으로 절반이 넘었고, 경기(19곳), 경상(12곳), 강원(8곳) 순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국가습지현황정보 목록에 등록된 2,499곳의 습지 중 1,40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2차 전국내륙습지 기초조사사업 중간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전국내륙습지 기초조사사업은 5년 단위(2016~2020년)로 내륙습지의 이력관리를 목적으로 진행되며 나머지 1,000여곳도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조사에 들어간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45곳(전체 2%)을 제외한 내륙습지 대부분이 무분별한 개발압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계기로 습지보전정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우선 단기적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사업부지에 습지가 포함된 사업의 경우 중점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습지 훼손을 최소화한다.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는 이에 상응하는 신규 습지 조성을 유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을 추진한다.
자연자원총량제는 개발사업 전후의 습지 등 자연자원 총량의 변화를 산정ㆍ평가해 훼손된 총량만큼 사업지 내외에 상쇄 또는 대체하는 것이다. 보상이 어려울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복원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로 일종의 ‘생태가계부’라 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습지총량제를 5단계로 나누고 대체습지를 조성해야 할 경우 훼손된 습지 면적의 1.4배 이상 대체습지를 동일 지역 내에 동일한 기능과 유형으로 조성토록 하고 있다.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인간에게 수자원 공급, 온실가스 흡수, 경관과 문화적 가치 창출 등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공간”이라며 “미래세대에게 습지의 다양한 혜택을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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