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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애써 눈감고 살았던 도시

입력
2019.01.0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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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쾌적한 도시의 환경은 도시 바깥의 희생으로 만들어진다. 도시는 도시가 필요로 하는 자원 중 상당수를 도시 바깥에서 얻고, 도시에서 수명을 다한 것들을 도시 바깥에 버린다. 좋고 꼭 필요한 것만 도시에서 얻고, 그것의 생산 및 처리 과정은 눈에 띄지 않는 먼 곳에 떨어뜨려 놓다보면, 도시에서 누리고 있는 삶이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를 놓치게 된다. 그러다가 그 연결고리에 이상이 생기거나, 연결된 그곳에 큰 일이 발생했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우리의 도시 속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2018년 봄, 전국의 아파트 단지는 폐비닐 대란을 겪었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가 폐비닐의 수거를 거부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돈을 주고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간 업체는 이를 재분류하여 되팔았다. 분류된 폐기물의 상당수는 중국으로 수출됐다. 중국은 고철이나 플라스틱, 폐비닐 등을 수입하여 자원을 얻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골라낸 나머지 쓰레기들은 그대로 쌓였고, 일부는 태워졌다. 2016년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면서 거대한 플라스틱 더미 옆에서, 플라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유독 가스를 마시며, 원인 모를 병에 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중국에 방영됐다. 중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쓰레기 수입 반대운동으로 이어졌다. 2018년 봄, 중국은 폐비닐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과의 연결이 끊어졌고, 한국의 도시에 폐비닐이 쌓였다.

수거를 거부당한 폐비닐은 커다란 자루에 담긴 채 아파트 단지 곳곳에 쌓여 갔다. 더 이상 단지 안에 폐비닐이 쌓이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 아파트 관리소는 입주민들에게 폐비닐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 했다. 이는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었지만, 연결이 끊어져 버린 상황에서 아파트 관리소도, 입주민들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일부 주민은 폐비닐의 분리 배출을 포기했고, 일부 주민은 사태 해결을 기대하며 집안에 폐비닐을 쌓아 놓았다. 그리고 도시의 깨끗한 환경 이면에는 바다 건너의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는 현실이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그렇게 폐비닐이 갈 곳을 잃자,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비닐을 써 왔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도시를 작동시키는데 필수 에너지인 전기도 대부분 도시 바깥에서 만들어져 연결망을 통해 도시 안으로 들어온다. 도시는 전기를 필요로 하지만,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위험을 직접 감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발전소가 세워진다.

2018년이 끝나갈 무렵,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젊은이가 작업 중 사망했다. 그는 화력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고 떨어진 석탄을 치우는 작업을 맡았다. 그곳은 어두컴컴했고, 탄가루가 날렸고, 통로는 좁고, 바닥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 위험한 공간을 홀로 담당했다. 그는 컨베이어벨트의 이상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기계를 점검하던 중 고속으로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그의 죽음으로 발전소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알려졌다. 그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도시는 작동했다.

도시는 외부의 도움 없이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외부의 도움은 공기처럼 늘 존재하고 있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도시에서의 삶이 더 건강하고, 올바르고,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더럽고 위험한 것들을 처리해 주는 외부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도시 바깥 세상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고 살면서, 그들의 삶에는 너무도 무심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눈에 띄지 않는 먼 곳에 떠넘겨놓고,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애써 눈을 감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최성용 도시생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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