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62ㆍ사법연수원 15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3일 “법관은 재판할 때가 가장 평온하고 기쁠 때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작년 2월 행정처장에 취임한 지 11개월 만이다
안 처장은 이날 3일 오전 9시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고, 1년이 평상시 2년보다 훨씬 길다고 생각한다”고 사의를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으며, 지난해 사법농단 의혹 처리와 관련해 심리적 압박이 컸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판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맡을 때부터 이것(행정처장직)을 안 맡았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며 “(취임 후에도)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그 동안 받아들이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가 이제는 해도 바뀌어서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를 쇄신할 필요도 있어서 이번에 받아들이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법농단 수사를 둘러싸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갈등을 빚어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법원장님과 큰 방향에서 입장이 다를 바 없다”며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마음이 열리신 분이기 때문에 세부적 의견 차이로 인해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1월 대법관에 취임한 안 처장은 한 달 만인 2월에 김소영 전 대법관 후임으로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다. 안 처장은 대법원 특별조사단 단장으로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를 주도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안 처장 사의표명과 관련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안 처장의 사의를 받아들일지 결정한 후 후임 처장 인선에 나설 방침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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