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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아세안] 印尼 대도시 질병 절반은 매연 탓… 친환경 오토바이 출시 잇달아

입력
2019.01.03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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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동남아 전기오토바이 바람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시승행사서 “100대 주문” 만족감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에선 4, 5개월 기다려야 인도 받아 

 전기자동차도 더불어 큰 관심… 필리핀 “2020년 100만대 보급” 

베트남 호찌민에서 출근 중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그만큼 대기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인데, 이를 유발하는 주범은 거의 모든 성인이 한 대씩 갖고 있는 오토바이다. 베트남 정부는 도심 정체와 대기 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들의 도심 진입 제한을 추진 중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호찌민에서 출근 중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그만큼 대기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인데, 이를 유발하는 주범은 거의 모든 성인이 한 대씩 갖고 있는 오토바이다. 베트남 정부는 도심 정체와 대기 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들의 도심 진입 제한을 추진 중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오토바이를 타고 행사장으로 입장,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치러질 대선을 앞둔 친 서민 이미지 부각이 목적이었겠지만, 약속에 맞추려면 대통령도 오토바이를 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교통상황과 대기오염 상황도 자연스레 부각됐다. 실제 자카르타 주정부에 따르면 대기공해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70%를 차지한다.

 ◇대기오염 주범 오토바이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있었던 때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전기 오토바이업체가 만들어 낸 전기오토바이 시승행사에 참석해 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즉석에서 “100대를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현지 LED조명 사업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가 대기오염 개선책이 되겠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가 되지도 않는 인도네시아에서 비싼 전기 오토바이를 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대학교 공중보건학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나라 대도시 거주민들의 질병 중 58%가 대기 오염과 관련이 있을 정도로 매연 오토바이 때문에 발생한 공기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대기오염 문제 때문에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참모들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종종 연출하며 국민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기에는 도로가 위험하고 열악해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토바이 천국’으로 불리는 베트남의 주요 도시들도 대기오염 문제가 골칫거리다. 오토바이가 늘어나면서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주범으로 부상, 보급 초기 역동성의 아이콘이던 오토바이는 사회문제가 됐다. 현지 매체 베트남넷에 따르면 호찌민시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오토바이 대수는 910대에 이른다.

 

 ◇’국민 발’에 부는 친환경 바람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베트남 대도시에서 오토바이는 필요악이다. 특히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호찌민시는 먹고 살기 위해 시민들이 움직이려면 매연을 내뿜더라도 오토바이를 탈 수 밖에 없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오토바이 문제 해결에 순차적 해법을 채택했다. 내연기관 오토바이 배출가스 규제 도입과 함께 내연기관 이륜차의 시내 중심지역 운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다. 2025년(호찌민시), 2030년(하노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팜 쑤언 마이 호찌민기술대 교수는 “오토바이 운행 제한은 미룰 수 없는 조치”라며 “일방적인 진입 제한은 반발을 부르는 만큼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의 한 쇼핑몰에 전시된 전기오토바이 앞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의 한 쇼핑몰에 전시된 전기오토바이 앞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이런 추세에 맞춰 베트남에서도 매연을 내뿜은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대신할 전기 오토바이들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베트남의 최대 민간 기업인 빈그룹의 자동차계열사인 ‘빈패스트’가 지난해부터 전기오토바이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하노이 시내 관련 매장의 한 직원은 “하루 평균 5명이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없어서 못 팔고 있다”며 “지금 계약금을 내면 4, 5개월 뒤에야 인도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소 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계약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상당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친환경 오토바이에 대한 수요는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시대도 서서히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들이라고 해서 온실 가스를 줄이기 위한 지구적 노력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 아세안 각국은 전기 오토바이 보급 확대 노력과 함께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2015 파리 기후변화 협정’ 이행지침 합의 후 최근 유럽연합(EU)은 승용차 배출가스를 2021년부터 10년간 37.5% 줄이기로 한 상황이다.

아세안 역내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싱가포르의 경우 2011년부터 전기자동차 보급 계획을 세운 데 이어 2017년 말 기준 80대의 전기차와 30개의 충전소로 전기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태국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태국 전기 자동차 추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각종 지원책을 동원해 2014년에 하이브리드차 보급대수가 6만대를 넘었고 전기차 규모는 8,000대가 넘는다. 베트남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 빈패스트도 전기 오토바이에 이어 자체 전기자동차 생산 계획을 갖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필리핀전기차협회(EVAP)가 2020년까지 100만대의 전기 자동차를 필리핀 전역에 보급한다는 목표로,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경우 연간 석유 소비량을 2.8%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찌민ㆍ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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